[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난 15일 고강도 대출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최근 은행권에서 마이너스통장을 신규 발급하거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고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통 잔액은 이달 15일 새 9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불어났고, 예금담보대출은 이달 들어 하루 60억원 꼴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 발표 전부터 주택 매매를 앞뒀거나 잔금을 치루려는 수요자들이 사전에 규제 예외 대상인 예담대와 마통에서 자금을 융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5일 기준 마통 잔액은 39조 6718억원으로 지난 9월 말 38조 7893억원 대비 약 8825억원 증가했다. 올 들어 6개월 간 9200억원의 자금이 불어났는데, 이달 들어 15일 새 9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마통으로 공급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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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난 15일 고강도 대출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최근 은행권에서 마이너스통장을 신규 발급하거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고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통 잔액은 이달 15일 새 9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불어났고, 예금담보대출은 이달 들어 하루 60억원 꼴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 발표 전부터 주택 매매를 앞뒀거나 잔금을 치루려는 수요자들이 사전에 규제 예외 대상인 예담대와 마통에서 자금을 융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는 금리인하 기조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당국이 은행별 대출한도 축소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거듭 내세운 까닭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의식해 잠재적 수요자들이 마통을 사전 개설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27 대책을 전후로도 은행권 마통 급증세가 두드러진 바 있다.
이와 함께 은행에 가입한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예담대도 이달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 집계치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예담대 잔액은 전달 말 대비 약 358억원 증가했다. 1영업일당 평균 60억원의 자금이 불어난 것으로, 전달 1영업일 평균 30억원 증가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7월 19억원 △8월 2억원 △9월 30억원 등에 견주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이달 들어 예담대가 유독 증가세를 보이는 건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추정된다. 당국은 지난 15일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가격에 따른 대출 한도 축소 △스트레스 금리하한 상향 △규제지역 담보인정비율(LTV) 70%→40% 축소 등을 골자로 고강도 대출규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여파로 연소득 1억원의 대출자가 은행으로부터 융통할 수 있는 최대 자금은 약 7200만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DSR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예담대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예담대를 보유한 대출자는 이번 DSR 규제 계산에 반영되지만, 새롭게 이용하는 고객은 DSR 규제에서 자유롭다.
이와 함께 오는 20일부터 규제지역(서울 전역 및 경기도 12곳)에서 주택 매수를 희망하는 대출자는 신용대출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들도 예담대로 몰릴 전망이다. 이번 규제 여파로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사전에 받고 1년 이내에 주택을 매수하면 규제대상에 묶이는 까닭이다. 이에 주담대의 부족분을 신용대출 대신 예담대로 메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들어 3차 부동산 대책 발표가 발표됐는데 15일 정부 발표 전부터 시장에서는 대출규제를 의식해 마통·예담대를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며 "향후 DSR 강화로 소득구간별 주담대 한도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주택 매매를 앞뒀거나 잔금을 치루려는 수요자들이 예담대와 마통을 더욱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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