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국빈으로 방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당초 당일 방한 가능성도 언급됐지만, 그동안 정부가 일정 연장을 위해 다각도로 협의를 벌인 결과 국빈방한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9일 한국에 도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APEC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시 주석과도 회담을 하려면 최소한 1박 이상의 일정이 필요하다.
물론 APEC 정상회의 개최를 목전에 두고 한미 양측이 매달리고 있는 관세협상 타결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본행사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도 국빈으로 오는 30일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을 각각 갖는다. 아울러 시 주석은 오는 31일부터 이틀 동안 이어지는 APEC 본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한국은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미국과 중국 정상을 국빈 자격으로 맞게 된다. 국빈방문은 외국 정상의 방문에서 가장 격이 높은 것으로, 통상 의장대 사열, 환영식, 국빈 만찬, 국회 방문 등 최고 수준의 의전이 제공된다.
다만 이번에 시기적으로 다소 다급하게 국빈방한이 결정되고, 장소도 경주로 한정되면서 정상회담의 내용과 절차가 간소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국빈방문 때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와 국립현충원을 방문했고, 국회에서 연설했다. 시 주석도 2014년 방한 때 정상회담 외에도 기업인 포럼, 서울대 연설 등을 소화했다.
더군다나 이번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모두 일정상 사전 방한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정상 순방에 앞서 외교장관이 상대국을 찾아 성공적인 회담 결과물 도출을 위한 사전 조율을 하지만, 이번에는 이뤄지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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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호반광장에서 APEC 보문단지 야간경관개선 '빛의 향연' 시연회가 진행되고 있다. 시연회에서 거대한 알모양의 APEC 상징 조형물에 미디어 아트가 진행되고 있다. 2025.10.15./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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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열릴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관세협상에 달렸다.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방식을 놓고 미국 측이 선불로 직접투자를 요구하자 우리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제안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정부 협상단이 어느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전날까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외환시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미국과 이해 간극이 좁혀졌다”고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10일 내 해결 기대” 등 발언을 내놓으며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7일 방미 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 3500억 달러 전액 선불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장관급에서 철회가 합의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모든 대미 협상의 최종 결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관세협상이 타결을 보지 못한다면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도 축소될 수 있다.
한중 정상 간엔 ‘한한령’ 완전 해제 등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철회라는 해묵은 과제가 놓여 있다. 게다가 중국의 일방적인 서해 구조물 설치, 최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 문제가 불거져 양국 정상의 해법이 어떻게 논의될지 주목된다.
한편, APEC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북미 정상회동 가능성은 사실 알 수 없다. 그건 북미 사이의 일"이라면서도 "우리도 무관한 일은 아니고 관심사이기도 해서 미국을 통해 파악하고는 있지만, 아직 그런 움직임은 알고 있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외교부도 같은 날 "현재 북미 간 구체적인 진전 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면서 "정부는 북미 대화를 지지하며 필요시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APEC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 15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 3’에 출연해 “미국과 북한은 대화 준비가 돼 있다. 공개된 자료와 우리가 포착한 징후들로 분석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 집착을 털어버리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에 열쇠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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