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한미 관세 협상이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익성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세 부담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2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이 타결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관세 충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실적 정상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2시간여 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와 관세율 조정 문제를 중심으로 실질적 협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타결을 모색 중이며 이번 회담이 돌파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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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 |
◆ 관세 압박 속 타격 현실화…3분기 손실만 2조 원대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수출 차량에 부과되는 25%의 고율 관세를 떠안고 있다. 관세율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그룹 차원의 연간 부담은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일본·유럽 완성차들이 15%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이 현행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올해 관세 비용은 8조4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15% 관세를 적용받는 일본 도요타(6조2000억 원)나 독일 폭스바겐(4조6000억 원)보다 최대 3조8000억 원 많은 수준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부담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3분기 매출은 45조 494억 원, 영업이익은 2조625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6.7% 감소한 수치다. 기아 역시 3분기 매출이 27조 7270억 원으로 4.5%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2조3165억 원으로 19.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관세·물류비 부담이 수익성을 크게 깎아내리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현대차·기아는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할 때 2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2분기에는 미국 내 재고 물량을 최대한 활용해 관세 영향을 일부 완화했지만 관세로 인한 손실액은 합산 약 1조6000억 원에 달했다. 3분기에는 관세 영향이 분기 전체에 반영되며 손실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3분기 관세 부담은 2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비용 압박은 단순한 수익성 저하를 넘어 현지 경쟁력 약화, 투자 여력 축소, 가격 정책의 유연성 상실 등 구조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루 빨리 협상이 타결돼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관세 완화 시 반등 기대…15% 적용 시 내년 영업이익 20%↑
협상이 타결돼 관세율이 25%에서 15% 수준으로 인하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실적 개선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가 일본·유럽과 동일하게 15%로 낮아지면 연간 관세 비용은 5조3000억 원 수준으로 줄고, 영업이익률은 7%대 중반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현대차·기아의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가능성이 커지자 증권가에서는 잇따라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증권은 관세율 15% 적용 시 현대차·기아의 내년 영업이익이 20% 안팎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증권도 목표주가 상향과 밸류에이션 회복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협상 타결은 자동차 관세 정상화를 의미한다"며 "25%에 달했던 대미 관세가 15%로 낮아질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손실이 각각 3.2조원, 2.0조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이로 인해 실적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멈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관건은 정상회담 일정, 관세 인하 시점 및 소급 적용 여부, 그리고 발표된 관세율이 실제 적용되기까지의 리드타임이다. 이들 요소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회복 속도와 글로벌 경쟁력 회복 폭이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30만 대에서 50만 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부품 현지화율도 높여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인도·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하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핵심"이라며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판매 체계 구축이 현대차그룹의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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