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SVB 파산 사태 연상…"하락시 매수" 관점도 여전히 존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 지역은행들의 부실 대출 문제가 연이어 불거져 나오면서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일각에선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련의 사건이 조정장의 시작점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론 이번에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 미국 지역은행들의 부실 대출 문제가 연이어 불거져 나오면서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사진=김상문 기자


1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지역은행들의 부실 대출 문제로 간밤 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16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1.07포인트(-0.65%) 떨어진 4만 5952.24에 거래를 마무리 했다. 이밖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1.99포인트(-0.63%) 내린 6629.07, 나스닥종합지수는 107.54포인트(-0.47%) 떨어진 2만 2562.54에 거래를 끝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흐름도 대체로 좋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0.35% 내린 것을 위시해 애플(-0.76%), 아마존(-0.51%), 메타(-0.76%), 테슬라(-1.47%), 넷플릭스(-1.64%) 등이 전부 떨어졌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1.10% 상승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0.17%), 브로드컴(0.80%) 등도 강보합 마감으로 주가를 지켜냈다. 

장 초반까지만 해도 시장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실적이었다. 회사 측은 올해 3분기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3분기 TSMC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1% 증가한 4523억 대만달러(약 21조원)로 발표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 4177억 대만달러(약 19조 3000억원)를 크게 상회한 것은 물론 TSMC가 앞서 제시한 3분기 잠정 매출 또한 크게 뛰어넘는 실적이다.

그럼에도 결국 시장이 조정장으로 전환한 것은 지역은행 부실 논란이 재차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역은행인 자이언스 뱅코프는 이날 완전 자회사인 캘리포니아 뱅크앤드트러스트가 취급한 상업·산업 대출 가운데 5000만 달러 규모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고 밝히며 시장에 파문을 만들었다. 

다른 지역은행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역시 캔터그룹에 대한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결국 시장은 지난달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홀딩스가 파산한 소식과 웨스턴 얼라이언스의 사례를 나란히 놓으며 위험회피 심리를 키워가기 시작했다. 트라이컬러 홀딩스로 인해 지난달 JP모건과 지역은행인 피프티서드 뱅코프는 각각 1억 7000만 달러, 최대 2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회계에 반영했다.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미 증시는 이달 들어서 거품 논란 등에 휩싸이며 한 번씩 조정을 받고 있다. 여전히 상승세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최근에도 나스닥 지수가 별안간 3.5% 넘게 급락하는 등 시장 불안정성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고, 여기에 미국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증시에는 큰 부담이다.

다만 큰 틀에선 여전히 증시가 우상향 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아직 꺾이지는 않고 있다. 어떤 악재가 있더라도 AI 열풍이 잦아들 기미는 아직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닷컴 버블은 금리가 상승해 투하자본의 한계 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꺼졌다"고 전제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두 번, 내년 세 번 인하가 예정돼 있고 크레딧 스프레드는 여전히 좁아 기업들이 추가로 투자를 집행하기에 조달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진단할 때까지는 (현재의) 포지션을 유지해도 좋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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