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계대출 보름새 1.5조 증가…연말 대출절벽 심화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지난 15일 부동산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10·15 대책'까지 내놓은 가운데,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대출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주로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신청을 막았는데, 한 은행에서는 지점당 주택담보대출 취급 한도를 월 10억원 이내로 제한하는 초강수까지 나왔다. 고강도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연말까지 대출절벽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1~12월 영업점별 부동산금융상품(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 이내로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연말까지 영업점당 주담대 상품을 월 10억원 이내로만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입주자금 대출 한도도 축소할 방침인데, 신규 사업장에 대출을 선별적으로 취급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가 지난 15일 부동산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10·15 대책'까지 내놓은 가운데,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대출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주로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신청을 막았는데, 한 은행에서는 지점당 주택담보대출 취급 한도를 월 10억원 이내로 제한하는 초강수까지 나왔다. 고강도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연말까지 대출절벽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제한하는 은행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연말 실행분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한도를 매월 관리하고 있는데, 이미 11월 실행분의 한도는 소진됐다. 12월 대출 한도는 아직 검토 중으로 대출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도 대출 모집 법인을 통한 11월 실행분 가계대출 접수를 마감했는데, 현재 12월 이후 실행분만 신청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급작스러운 대출 한파 배경으로 은행들의 연간 가계대출 한도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주요 은행들은 이미 지난달께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어섰거나 목표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신한·농협은행은 연간 목표치를 이미 초과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95% 85%를 기록해 연간 목표치에 근접한 실정이다.

아울러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기도 했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 6483억원으로 9월 말 764조 949억원 대비 약 1조 5534억원 급증했다.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만 609조 6945억원으로 전월 말 608조 9848억원 대비 약 7097억원 증가했다. 

주담대가 막히자 신용대출 잔액에서도 변동이 있었는데, 신용대출은 이달에만 약 8763억원 폭증하면서 지난 6월 1조 876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 대출잔액은 7816억원 증가한 39조 5709억원을 기록했고, 예금담보대출(청약저축담보대출 포함)도 전달 말 대비 약 358억원(지난 15일 기준) 증가했다. 

연말까지 2개월 이상 남은 가운데 은행들의 대출한도 초과,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하면, 예비 대출자들의 대출절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6·27 규제(주담대 한도 6억원·만기 30년 제한, 다주택자 주담대 금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9·7 대책(수도권·규제지역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주담대 0% 규제)에 이어 10·15 대출규제(대출한도, LTV, 스트레스금리 상향)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며 "통상 연말에는 대출한도 문제로 대출이 쉽지 않은데 추가 대출규제, 스트레스 DSR 강화까지 더해져 연말 중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차주들의 애로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해 필요 시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취임 후 첫 국정감사장에 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수도권 등 주담대 증가세 확대에 대해 실수요 외 대출 제한을 담은 6·27 대책으로 선제 대응했고, 이후 9·7 대책, 10·15 대책으로 추가 대출수요 관리기준을 강화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준비된 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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