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으로 변모
조경 설계가 선택 중요 요소로 부각…건설사, 친환경·AI 등으로 시설 조성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국내 건설사들의 아파트 단지 조경 설계가 과거 보여주기식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으로 변모하고 있다.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고를 때 조경 설계를 중요 요소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 생성형 AI가 작업한 탑석 푸르지오 파크7의 힐링 라운지/사진=대우건설


20일 국내 건설사들이 아파트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능형 조경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아파트 내 조경은 지난 1970~80년대 법적으로 정해진 녹지 비율만 ‘형식적으로’ 채우는 수준이었다. 1990년대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들어서며 단지 내 조경이 ‘공간 구성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부터는 건설사들이 조경을 상품 차별화 요소로 인식하며 단순 나무 심기가 아닌 테마가 있는 정원, 계곡 등을 단지 내에 구현하기 시작했다. 

건축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조례 기준으로 조경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조경 면적으로 연면적 2000㎡ 이상 건축물을 건축할 때 대지면적 15% 이상 확보하면 된다.

건설사들은 이 조건만 충족하면 되지만 ‘쾌적한 주거 환경’이 아파트 선택에 있어 중요한 선택사항이 되자 의무 면적 이상의 조경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테이터처에 따르면 ‘2024 체감환경만족도’ 조사에서 녹지환경은 59%를 차지, 2020년부터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정원 조성 역량이 아파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주목받다 보니 건설사들이 주택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술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호건설은 최근 자사 아파트 브랜드 '아테라'에 업사이클링(Upcycling) 조경 시설물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자재를 활용, 조경 시설물을 개발할 예정이다. 개발된 시설물은 금호건설의 조경 특화 브랜드 '아트시스'가 적용되는 아테라 단지에 도입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자체 브랜드 푸르지오에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조경 설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은 다양한 AI 기술을 설계에 통합, 조경 디자인의 창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건설은 내년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방배'부터 공간·플랫폼 융합 서비스 'H 컬처클럽'을 도입, 다양한 오브제와 작품을 설치해 갤러리와 같은 공간의 경험이 특화된 외부 조경으로 이어지면서 단지 전체를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최근 세계적인 정원 축제 '웬트워스 우드하우스 2025'에서 성균관대학교와 공동 작업한 '정원이 속삭이다'(Garden Whispers)로 쇼 가든 부문에 선정되며 그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경은 더 이상 단순한 나무 심기 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아파트의 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며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만큼 조경에 대한 건설사들의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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