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캄보디아 사태가 주변국인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 겨울 성수기를 앞둔 항공업계가 다시 수요 불확실성에 휘말렸다. 여기에 고환율과 유가 상승이 겹치며 하반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표 대한항공의 별도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6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했다. 매출은 4조1151억 원으로 3.1% 줄어들어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영업이익이 490억 원으로 62.0% 급감하고, 매출은 1조5800억 원으로 15.9% 감소할 전망이다.
LCC 업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제주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9% 줄어든 168억 원, 에어부산은 60.0% 감소한 150억 원으로 추정된다. 진에어 역시 240억 원으로 40.3%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티웨이항공은 흑자 전환이 예상되며 영업이익 8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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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 캄보디아발 '동남아 포비아' 확산…여행 수요 냉각 조짐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불법 취업 알선·감금 사건이 잇따르며 동남아 노선 전반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 현지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일부 지역에는 최고 단계의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이 여파로 주요 여행사에선 예약 취소 문의가 급증하고 있으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수료를 물더라도 안전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타크마우(프놈펜) 노선에 주 7회 A330-300(272석)을 투입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 역시 주 7회 A321-NEO(180석)으로 같은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16일 올해 출발하는 한국발 캄보디아행 항공편의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면제 대상은 지난 10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한국 출발편으로 대한항공은 15일까지, 아시아나는 16일까지 발권한 항공권에 적용된다.
항공사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미 성수기를 대비해 배정된 슬롯과 기단 운영 계획 등을 단기간에 변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노선은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여행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할인 경쟁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전역으로 불안 심리가 번지며 전반적인 수요 둔화가 우려된다"며 "동계 시즌 주력 노선이 위축되면 연간 탑승률 관리에도 차질이 생겨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고환율·출혈경쟁 이중고…수익성 '흔들'
고환율까지 겹치며 항공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가운데, 연말에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정비비·연료비 등 대부분의 비용을 외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이익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항공유 결제 비중만 영업비용의 30~40%에 달해 환율이 10원만 상승해도 연간 수백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특히 장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대형항공사(FSC)는 환율 상승에 따른 직접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용 절감보다는 노선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며 운항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LCC 업계는 출혈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은 여객 회복세에 맞춰 기단을 늘리고 좌석 공급을 확대했지만 수요 둔화로 운임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기 실적을 노린 할인 경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저가 중심의 LCC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항공업계의 하반기 성적표는 '동남아 수요 회복'과 '비용 통제력'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여객 수요가 돌아와도 환율·유가 부담을 넘어설 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만큼 단기 운임 경쟁보다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유가, 노선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지금이 항공업계 재편의 분기점"이라며 "10월 장기 연휴와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행으로 단기적으로는 4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일시적 수요에 기대기보다 구조적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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