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K-스틸법)’이 정쟁에 발목이 잡히며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후방 산업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관세 등 해외 판로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기대했던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불발되면서 업계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발의 당시만 해도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로 여야 모두 철강산업 보호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해 조속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수개월째 표류 중이다.
당초 어의구, 이상휘의원 등 106명이 포함된 여야는 지난 8월 K-스틸법을 발의하며 신속한 통과에 입을 모으나 지난달 8일 상정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또한 현재 국정감사가 진행 중 여야 정쟁이 점점 심화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버티기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 법안이 늦어질수록 국내 철강 생태계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 |
 |
|
| ▲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사진=연합뉴스 제공 |
앞서 산업계는 해당 법안의 발의 당시 이를 ‘단기적 경기 부양책’이 아닌 ‘체질 개선의 제도적 틀’로 평가했다. 미국이 여전히 한국산 철강에 50%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와중 K-스틸법이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화’를 목표로 하면서다. 법안에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차별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녹색철강, 즉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기술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지원과 세제 감면, 산업특구 지정 근거를 마련했다. 더불어 중국과 일본의 저가 물량 공세,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규제 및 내수 진작 기반을 정비하고 공급과잉 품목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장치도 포함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발의 후 180일 뒤 자동으로 법사위에 상정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도 지정되지 못한 상태로 업계에서는 연내 통과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경기 침체와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주요 철강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기업들은 감산을 단행하거나 노후 설비를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하는 등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K-스틸법이 조속히 처리되지 않으면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는 앞서 철근 수요 감소로 인해 공장의 생산, 출하 중단을 단행하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철강사들의 공동 목표인 수소환원제철 같은 친환경 설비 전환은 수조 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는 여야 간 이견과 정치적 일정으로 법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 있다. 정부 조직개편 문제와 예산안 심의 등 정쟁 이슈가 겹치면서 K-스틸법은 의제조차 상정되지 못한 상태다. 여야 의원들이 공동 서명한 만큼 형식적 반대는 없지만 일정 조율이 지연되면서 실질 논의는 멈춰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단순히 법이 통과된다고 즉각적인 회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부와 산업계가 공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한 만큼 실질적 절차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제때 처리돼야 국내 철강사들이 녹색전환과 경쟁력 회복을 이룰 수 있다”며 “지금은 국회가 정쟁 속에서 산업의 시간을 허비 중”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