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기아가 임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미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단순한 제안에 그치지 않고 직접 설계와 제작을 거친 연구진의 아이디어가 실물로 구현되며, 사내 기술 생태계의 자율적 혁신 역량을 보여줬다. 올해 참가작들은 이동성과 안전, 편의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22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가 매년 개최하는 사내 연구개발 경연 무대로 올해로 16회를 맞았다. 2010년부터 이어져 온 이 행사는 연구개발 의지를 고취하고 창의적인 사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 챌린저'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사내 공모를 통해 선발된 6개 팀이 약 7개월간 제작비와 공간 지원을 받아 실물을 완성했으며, 본선 무대에서 구현성·독창성·기술 적합성·고객 지향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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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션 트랜스포터' 시연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
대상은 조향 없이 전 방향 주행이 가능한 모빌리티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션 트랜스포터(Active omni Navigation Transporter)'를 출품한 'ANT 랩'팀이 차지했다. ANT는 휠 자체의 회전축을 제어해 조향 없이 전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로, 차량이 횡 방향이나 대각선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ANT 팀은 "시제품 형태로 3D 프린팅 목업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약 4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구현됐다"면서 "타이어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내구성과 하중 한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배송용 모빌리티 등 소형 운송 분야에 먼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현대모비스가 지난 4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e-코너 시스템 '모비온'과 유사하게 휠 각도를 개별 제어한다는 점에서 출발하지만, ANT는 모듈형 구동시스템 없이 휠 자체를 독립적으로 회전시켜 방향을 제어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전기구동 모듈을 기반으로 한 e-코너와 달리, 독립 제어 중심의 실험형 이동 플랫폼으로 개발된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최우수상은 차량 수납공간 보안 시스템 '디지로그 락 시스템'을 개발한 'FMV'팀과 트레일러 토잉 프리 컨디셔닝을 선보인 '수퍼 트레일러 토잉'팀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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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상 수상작인 '디지 로그 락 시스템' 시연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
FMV 팀은 차량 내 컨트롤 다이얼(CCP)을 이용해 글로브박스를 잠금·해제하는 방식을 구현했다. 기존 물리 키나 디스플레이 입력 방식 대신 CCP를 이용해 상하좌우 패턴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비밀번호 입력 오류 시 경고음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한다.
비밀번호가 3회 이상 틀릴 경우 시스템이 자동으로 잠기고, 사용자 인증 앱(마이현대·마이제네시스 등)을 통해 초기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FMV 팀은 "기존 보안 방식 대비 조작의 직관성과 보안성을 모두 강화했다"며 "발렛모드나 시동 버튼 등 보안이 필요한 영역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퍼 트레일러 토잉 팀은 트레일러 견인 시 냉각 성능을 향상시키는 선제 제어 로직을 개발했다. 트레일러가 연결되면 차량 제어기(ECU)가 냉각팬과 냉각수 유량을 선제 가동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로직이다. 기존 후행 제어와 달리 견인 시작 단계에서 열관리 시점을 앞당기는 방식이며, 실차 시험에서 견인 가능 중량 1500㎏→1800㎏ 결과를 제시했다. 하드웨어 변경 없이 제어 로직과 OTA 적용을 전제로 한다.
이 밖에도 △안전벨트를 활용한 차량 제어 시스템 '디벨트(dBelt)' △발달 장애인의 불안증세 해소를 위한 탈부착 패드 'S.B.S(Seat&Belt with Stability)' △차량 번호판 기반 차주 연락 서비스 '스냅플레이트'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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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기아는 22일 남양연구소에서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물까지 제작해 발표하는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을 진행했다./사진=김연지 기자 |
'dBelt'는 안전벨트에 버튼과 AI 영상 인식, 무선 통신을 결합해 착용 상태를 감지하고 시트 및 오디오 제어까지 가능하도록 한 기술이다. 실내 카메라를 통해 착용 여부를 인식하며, 벨트가 해제되면 자동 충전이 되는 구조를 갖췄다. 'S.B.S'는 발달장애인의 불안 완화를 위한 진동 패드형 시트 솔루션이며, '스냅플레이트'는 차량 번호판 기반 차주 연락 서비스다.
백정욱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인사실장 상무는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임직원들이 혁신의 씨앗을 싹 틔우는 장"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원들이 창의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이번 행사를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를 실제 개발 현장에 꾸준히 적용하고 있다. 2021년 수상작 '다기능 콘솔'은 싼타페의 '양방향 멀티 콘솔'로 양산화됐고, 2023년 대상작 '데이지(Day-Easy)'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시각장애인 버스 탑승 지원 실증 사업으로 발전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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