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과 8월 이어 3연속 동결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연이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이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 불안이 이번 금리동결 결정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2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0%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p)씩 금리를 인하한 이후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경기 둔화 압력이 누적되고 있음에도 금리를 다시 동결한 배경에는 최근 재차 불거진 집값 상승 압력과 환율 불안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고강도 대출 규제를 담은 6.27 대책발표 이후 꺾이는 모양새를 보였던 집값 상승세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다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10월 둘째 주(10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주 전 대비 0.54% 올랐다. 문재인 정부 당시 2018년 9월 2주(0.45%)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 25개 전 자치구가 모두 상승한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값도 전체적으로 0.25%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주택시장 수급 우려와 금융여건 완화 기대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섣부른 완화 기조 전환으로 유동성이 확대될 경우 부동산 시장 과열과 집값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부담이다. 환율은 연일 1400원대에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재점화된 지난 13일에는 장 초반 1430원대까지 뛰었다. 장중 1434.0원을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2일(1440.0원) 이후 5개월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가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미·중 관세협상 리스크 까지 겹치면서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의 자금이탈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통화정책 방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가 국감에서 "한은이 속도전보다는 균형을 택할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환율 변동성과 주거비 압력이 완화되지 않는 한 통화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 본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통화정책 완화의 출구가 한은의 물가 안정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과 외환시장 안정까지 함께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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