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EU와 같은 최혜국 대우…미중갈등 속 공급 파트너 기대
품목별 세분화 관세 우려 잔재…트럼프, 10월 투자 압박한 바 있어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윤곽이 잡히는 가운데 국내 의약품의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과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 여부에 따라 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취임선언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제약업계는 미국 시장 내 가격경쟁력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과 EU(유럽연합)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의약품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한국 역시 100%에 달하던 관세가 동등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 바이오의약품과 원료의약품 등 경쟁력 있는 품목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 신규 사업 기회 창출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 의약품이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업계는 여전히 남아 있는 불확실성과 단기적 비용 부담을 경계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 의약품이 더 나쁘게 대우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 관세 차별 논란을 완화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일본 및 EU와 유사 수준의 관세율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최혜국 대우’가 실제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업계는 관세 불확실성 해소와 미주지사 투자 및 현지 생산설비 증설 구상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또한 미중 관계 경색으로 중국 의약품 공급에 대한 미국의 견제 정책이 본격화돼 한국 제약사들이 신뢰받는 공급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관세 타결 후에도 품목별 부과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과 단기적 비용 부담이 잔재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관세 적용 품목을 세분화하면서 특정 성분·제품에 한해 높은 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품목별 추가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주요 제품의 대미 수출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관세율이 낮아지더라도 약가 인상 압력과 현지 유통구조 변화 등 시장 환경이 대폭 바뀔 수 있어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 내 생산공장 등 현지 제조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생산설비가 없는 업체에 대해서는 100% 관세를 부과한다는 강경 입장을 내세운 적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개인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에 생산시설이 없는 기업들은 고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조속한 투자 판단을 내리라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현지 법인과 제조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중견 업체들은 투자 부담 증가와 경영 리스크 관리라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업계는 관세 타결로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수출 환경 개선 등 긍정적 측면을 기대하면서도 여전히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 △미국 내 생산시설 유무에 따른 부담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 변동 위험성 등 불확실성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전략적 투자, 수출 포트폴리오 다각화, 현지 유통망 확장 등 장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율이 낮아지면 확실히 국내 의약품의 미국 시장 가격경쟁력이 올라가고 수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관세 적용 방식과 품목별 추가 부과 그리고 현지 생산시설 확보 부담 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어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과 시장 환경을 면밀히 관찰하며 현지화 전략과 글로벌 협력 구상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