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과 관련해 소송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당장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 유지나 철수를 결정하는 대신, 본안소송이라는 선택지를 남겨둔다는 방침이다. 사업 향방을 가를 중대한 변수인 데다 이석구 신임 대표가 갓 취임한 만큼, 신세계면세점이 결정을 내리는 데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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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 화장품·향수 매장./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조정 신청과 관련한 인천지방법원의 보정명령에 따라 인지세와 송달료를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보정명령은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원고에게 소장, 송달료, 인지대 등 소송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명령이다. 보정명령 송달 후 7일 이내에 인지대 등을 납부하지 않으면 소송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소송이 각하된다.
앞서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조정을 요구했으나 합의가 불발됐고, 법원의 강제조정 명령에 인천공항공사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본안소송 절차로 이어졌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점 임대료 인하를 두고 인천공항공사와 소송으로 다투거나, 위약금 지불 후 사업장 철수 또는 현재 임대료로 사업장 유지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인지대가 회사 차원에서 크게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고, 인지대 납부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소송 진행과는 별개로 소송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며, 사업 철수나 유지, 소송 등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에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더라도 소장을 제출하기 전에는 소송이 진행되지 않는다. 소장 제출 전에 소송 진행 의사를 철회하면 인지대를 환급받을 수 있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일부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한 신라면세점도 임대료 본안소송 관련 인지대는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낮은 만큼 신세계면세점도 실제 소송을 선택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로서는 실제 소송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는 셈이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에서 DF2(주류·담배·향수·화장품)와 DF4(패션·부티크) 권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조정을 요청한 것은 DF2 권역이다. 공항면세점 알짜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지난 2023년 입찰 당시에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그만큼 높은 임대료로 낙찰됐다. 하지만 관광수요 회복에도 면세점 객단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적자가 불어났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점에서 매월 50~100억원 사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점의 막대한 적자에도 신세계면세점이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것은 업계 후발주자로서 사업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이나 롯데면세점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해외 주요 공항에 면세사업장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신세계면세점은 아직 해외에 진출하지 못했다. 인천공항점을 제외하면 사업장은 명동 본점뿐이다. 면세업에서 ‘규모의 경제’의 중요성이나 ‘한국의 관문’으로서 인천공항점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면, DF2 구역 철수가 신세계면세점 사업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임대료로 사업을 유지하기엔 적자 부담이 큰 만큼, 철수 후 재입점 가능성도 거론된다. 면세업계에서도 신세계면세점이 일단 철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도 아직 신라면세점이 철수를 선언한 DF1 구역 재입찰 공고를 내지 않은 상황인데, 신세계면세점이 DF2 사업권을 반납할 경우 두 구역을 묶어 재입찰을 진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업권을 반납한 뒤 재입찰에 응할 경우, 정성평가 등에서 일부 감점이 있을 수 있지만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치명적인 패널티는 아니다”라며 “막대한 임대료 부담을 감수하기 보다는 더 나은 조건으로 재입찰을 노리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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