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높은 유럽, 기술력으로 뚫는다
ODM 강국에서 기술 IP 수출국으로
브랜드보다 기술력…'기술 수출' 시대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K-뷰티가 한류와 SNS 마케팅을 등에 업은 '브랜드 중심 수출'에서 벗어나 기술력 중심의 ODM(제조자개발생산) 수출 전략으로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을 새로운 전장으로 삼으며 공략을 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화장품 전문관 전경/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27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약 5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특히 유럽 지역으로의 수출이 20% 이상 급증했으며 폴란드·프랑스·체코 등이 주요 성장국으로 꼽힌다.

중국 시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한 수출 다변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 화장품 이미지가 고급화됐고, 클린뷰티·비건 콘셉트가 유럽 규제 기준과 맞물리며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 2025' 행사에서 'K-뷰티 성공 로드맵'을 발표하며 화장품 산업의 다음 단계를 제시했다.

한국콜마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뷰티 경쟁력은 브랜드가 아닌 기술에서 비롯된다"며 "스킨케어·기초·색조 전 부문에서 차별화된 제조 기술이 K-뷰티의 지속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 ODM 공급 계약이 급증하고 있다"며 "과거 한국 브랜드 제품을 수입하던 유럽 기업들이 이제는 한국 기술을 활용해 자국 브랜드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한국콜마 외에 코스맥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주요 기업들도 잇따라 유럽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폴란드 공장 증설을 맞치고 유럽 시장 맞춤형 생산 체계를 갖췄으며 LG생활건강은 영국의 더바디샵(The Body Shop)과 공급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프랑스·스페인 현지 연구소와 공동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조3839억 원을 기록, 코스맥스는 같은 기간 매출액 1조2121억 원을 기록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ODM·OEM 수출에서 IP(Intellectual Property) 확보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 제조가 아닌 '기술 수출'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는 것이다.

유럽 화장품 시장은 안전성·환경성·동물실험 금지 등 규제 장벽이 높다. 때문에 나노입자, 천연 추출물, 저자극 처방 등 연구개발(R&D) 중심의 경쟁력이 필수로 꼽힌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2년간 유럽연합(EU) 기준에 맞춘 비건 인증·ISO 품질 인증 확보에 투자해 왔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 ODM 기술은 일본·프랑스에 비해 빠른 생산성과 개발 속도가 강점이지만 향후 지속가능성·친환경 공정이 경쟁력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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