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조금·저가 공세로 신규 수주 74% 점유
한국, 단기 실적보다 ‘LNG 중심 질적 수주’로 회귀해야
[미디어펜=이용현 기자]한국 조선업이 방향 전환의 기로에 섰다.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단기 실적을 위해 컨테이너선 수주에 집중했지만 신조선가 하락과 과열된 가격경쟁 탓에 실질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 LNG선박./사진=연합뉴스 제공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최근 올해 수주실적 달성을 위해 공격적으로 컨테이너선을 수주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한 95척 중 59척을, 한화오션은 32척 중 13척을 컨테이너선으로 수주했다. 

최근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가 급감하면서 조선 발주가 컨테이너선으로 쏠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수주 집중은 신조선가 하락과 과열된 가격경쟁으로 실질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온다.

실제 최근 글로벌 신규 발주에서는 중국 조선소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영국 해운시장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달 기준 글로벌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은 1000만 TEU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중국 조선사는 이 중 74.0%(749만 TEU)를 차지했으나 한국 점유율은 20.2%에 그쳤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의 정부 보조금과 정책 지원이 꼽힌다. 최근 유럽경제정책센터(CEPR)이 발행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업에 대해 저리 장기 대출, 투자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며 자국 조선소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대규모 물량 수주를 통해 대량 생산과 단가 절감 효과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영향으로 대형 컨테이너선(1만5000~1만6000TEU급) 신조선가는 올해 2월 2억7500만 달러(약 3959억 원)에서 지난달 2억7000만 달러(약 3887억 원)로 낮아지는 등 신조선가 지표 역시 상반기 이후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수주 전략이 ‘단기 매출 확보’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중장기 수익성 회복에는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컨테이너선 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은 중국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한 저가 전략과 직접 충돌하기에 한국 조선사는 기술·품질 우위가 확실한 LNG 등 고부가 선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은 기존 수주잔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해양플랜트 등 고난도 사업 재확보에 대비하고 있으며, 미국·카타르 등 주요 프로젝트의 재가동 시점을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발 LNG 프로젝트 부활 흐름에 맞춰 캐나다, 호주에서는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Woodside Energy)가 미국 루이지애나 LNG 프로젝트를, 캐나다는 자국 최대 LNG 프로젝트인 LNG 캐나다(LNG Canada)의 연간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안정적인 발주환경도 형성될 전망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은 양(量) 중심의 단기 수주 전략으로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이기기 어렵다”며 “반대로 LNG 운반선과 같은 고난도 분야는 여전히 ‘수익률 기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무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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