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기 때마다 되풀이되는 외풍 논란… 김영섭 대표 연임 가능성도 '안갯속'
업계선 민간 기업 인사에 대한 투명성 확보 및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KT가 올해로 민영화 23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정권 교체기 때마다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김영섭 KT 대표를 둘러싼 정치권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면서 KT의 CEO 인선이 다시금 외부 요인에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민간 기업 인사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 사진=KT 제공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 결제 사건 등의 여파로 임기 만료를 앞둔 김영섭 KT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시선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감사 시기와 맞물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퇴 압박이 거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는 김 대표를 향한 집중포화가 쏟아진 바 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KT 무단 소액 결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수가 278명에서 368명으로 늘어났고, 불법기지국 수도 2대 에서 20대가 됐단 점 등을 꼬집으며 "KT를 위해서라도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그 자리에 앉아서 거짓말로 임기를 늘릴 생각만 하느냐"고 힐책했다.

김현, 이주희 민주당 의원도 "대응이 대단히 미숙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우리 동료 의원들이 많이 했다"며 "빨리 사퇴하는 것이 이 문제를 더 확산시키지 않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김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해킹 사고 청문회에서도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KT가) 국가 기관 통신망이란 이름을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김 대표를 비롯해 (해킹 사고와) 연관된 임원진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도 "(CEO가) 사임 의사 조차 없는 태도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결국 김 대표는 지난 21일 국감장에서 "사태가 일정 수준 정리되면 책임지겠다"며 고개 숙였다.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 사퇴를 뜻하는 것이냐'의 질문에는 "사퇴를 포괄하는 책임이라고 말씀드리겠다"며 사실상 퇴진 의사를 내비쳤다.

◆ "정치 외압,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민간 기업 자율 맡겨야"

   
▲ 김영섭 KT 대표./사진=연합뉴스 제공


업계에서는 KT가 민영화된 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매번 대표 선임 때마다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개 정치적 외압은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KT는 민영화된 이후에도 취약한 지분 구조 탓에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교체되는 등 정치적 외풍에 휘둘려왔다. 황창규 전 대표만이 박근혜 정부 당시 KT 수장에 오른 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자리를 지켰다. 나머지 CEO들은 정권 교체 때마다 자리를 내주는 수난을 겪었다.

김 대표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차기 CEO 선임과정에서 정치 외풍 논란 끝에 선임된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 당시 KT 대표 이사에 출사표를 던졌던 후보들이 나서 당시 선출 과정에서 대통령실 측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KT 정관에 따라 연임에 도전했지만 당시 대통령실에서 (정확히) 대통령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화를 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그래서 이사회에서 다른 후보들도 함께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구 전 대표에 이어 당시 최종 대표 후보로 선정됐다가 자진 사퇴한 윤경림 전 KT 대표 후보도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윤 전 KT 사장 후보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주변 지인들이 용산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사퇴를 강하게 권유했다"며 "그런 점도 고려해 결국 그만뒀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를 중심으로는 민간 기업 인사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2위 통신사 KT가 민영화가 된 지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적 외풍에 휩쓸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AI 등 신사업 분야에서의 주요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기업 인사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이달 내 김영섭 대표 거취 '촉각'… 하마평도 '솔솔'

   
▲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해킹사태 관련 질의에 답변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초 김 대표는 올해 2분기 취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연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 바 있다. KT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4274억 원, 영업이익 1조148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5%, 영업이익은 105.4% 증가한 수치다.

특히 김 대표 취임 후  KT 주가가 15년 만에 5만 원을 돌파하고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것 등은 상징적인 성과로 꼽힌다. 비용효율화를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AX(인공지능 전환) 전략,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해 KT를 성장궤도에 올려놨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해킹 논란과 함께 불법 기지국 ID가 추가 발견되고 개인정보 추가 유출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등 무단 소액 결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분위기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 대표는 오는 29일 열리는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날 국감 직후 김 대표가 거취를 밝힐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KT 정관에 따르면, CEO 임기 3개월 전까지는 차기 대표를 확정해야 한다. 김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만큼, 사퇴를 결정한다면 11~12월 내에 차기 CEO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CEO 후보군은 10여 명 안팎으로 관측된다. 

내부에서는 윤경림 전 KT 대표 후보(전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 구현모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외부에서는 박태웅 전 KTH 부사장(현 녹서포럼 의장),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이 하마평에 거론된다.

이 가운데 박태웅 전 KTH 부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AI 책사'로 언급된 인물로, 이번 정부 초대 AI 정책수석으로 유력하게 언급된 바도 있다. 현재 민주연구원 모두의Q 대표를 맡고 있으며 안철수연구소 경영지원실 실장, 엠파스 부사장, KTH 부사장,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등을 거쳤다.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는 모바일·클라우드 보안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특히 모바일 보안 사업을 선진국들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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