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3세 경영 본격화…글로벌·혁신, 형제가 나눠 든 두 개의 키워드
허진수, 해외 확장과 신뢰 회복 선봉…‘변화·혁신 추진단’ 지휘
허희수, ‘치폴레’ 이어 디지털 혁신…신사업으로 복귀 존재감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SPC그룹은 4일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는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3세 경영의 본격화를 알리는 동시에, 그룹의 미래를 설계하는 ‘투트랙 전략’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사업 확대와 내부 쇄신은 장남이, 신사업·브랜드 혁신은 차남이 이끄는 구도다.

   
▲ SPC그룹 허영인 회장 장남 허진수 사장(왼쪽), 차남 허희수 부사장. /사진=SPC그룹 제공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허진수 신임 부회장은 파리크라상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글로벌사업부문장으로 파리바게뜨의 해외 사업을 총괄해왔다. 최근 북미·동남아 거점 확장을 추진하며 글로벌 매출 비중 확대에 힘쓰고 있다. 2023년 1월 미국 뉴저지주에 북미 100호점을 연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매장을 약 200개로 늘렸다.

허 부회장은 올해 7월 출범한 'SPC 변화와 혁신 추진단' 의장을 맡아 안전·준법·ESG 경영 체계 재정비를 주도하고 있다. 이 조직은 계열사 대표, 노조, 사외위원 등으로 구성돼 그룹의 신뢰 회복과 내부 개혁을 총괄하는 협의체다.

그룹 내부에서는 허 부회장이 글로벌 시장의 수익성 개선과 이해관계자 신뢰 회복을 양축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본다.

재계에서는 허 부회장을 두고 "SPC의 글로벌 도약과 신뢰 회복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쥔 인물"로 평가한다. 현재 지분 구조에서도 허 부회장은 파리크라상 20.3%, SPC삼립 16.3%를 보유해 동생보다 높은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승계 구도는 장남 중심으로 약간 기울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재계에서는 차남 허희수 사장의 공격적인 신사업 행보 역시 주목하고 있다. 차남인 허희수 신임 사장은 비알코리아 최고비전책임자(CVO)로서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국내 주요 브랜드의 체질 개선과 디지털 전환(DX)을 이끌어왔다.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던킨을 운영하며 지난해 기준 매출 7126억원, 영업손실 99억 원을 기록했다.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비알코리아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2022년 5859억 원에서 2023년 4967억 원으로 매출이 감소한 이후 지난해 별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허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 혁신과 점포 경쟁력 회복이란 과제를 안게 됐다. 그는 올해 전략 매장 청담점을 열고 'I.C.E.T(혁신·협업·환경·기술)' 전략 발표, 프리미엄 라인과 기능성 제품·인공지능(AI) 기반 제품 추천 등 혁신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국내에 쉐이크쉑을 들여온 주역으로 꼽히며 최근에는 미국의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의 한국·싱가포르 진출을 성사시켰다. 허 사장의 행보는 SPC가 제빵 중심 그룹에서 외식·플랫폼 중심의 종합 F&B 기업으로 확장하는 변화를 상징한다.

다만 허 사장은 과거 경영에서 배제된 전력이 있다. 최근 복귀 후 신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 사건이 '이미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향후 그의 리더십은 '혁신 성과' 뿐 아니라 '신뢰 회복'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현재 SPC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 지분은 허영인 회장 63.3%, 허진수 부회장 20.3%, 허희수 사장 12.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분 구조상 장남이 앞서 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허진수 부회장이 그룹 핵심 사업(파리바게뜨·글로벌 제빵)을 맡고, 허희수 사장은 외식·신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역할 구분이 더욱 뚜렷해졌다.

이러한 역할 구분은 최근 몇 년간 안전사고, 노사 갈등 등으로 사회적 신뢰 회복이 절실한 SPC그룹의 상황과도 맞물린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리더십은 단순한 실적 경쟁이 아니라, 책임경영·준법경영·ESG 실천이라는 새로운 평가 잣대 위에 놓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허 부회장은 글로벌 성장과 신뢰 회복의 상징, 허 사장은 브랜드 혁신과 미래사업의 얼굴"이라며 "결국 어느 쪽이든 ‘성과와 신뢰’를 입증하는 사람이 3세 경영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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