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서 AI 거품론 재점화에 기술주 급락 직격
국내 대형 반도체주 외국인 물량 쏟아지며 하방 압력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코스피가 5일 장초반 4% 넘게 급락하며 4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때는 5% 가까이 빠지며 3900선도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되기까지 했다. 

   
▲ 코스피가 5일 장초반 3% 넘게 급락하며 4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66.27포인트(1.61%) 내린 4055.47p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오전 10시 현재 181.00(4.39%) 폭락한 3940.74를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지난달 27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4000p를 돌파한 지 7거래일만에 3900대로 밀려났다. 

외국인들이 ‘팔자’ 기조를 나타내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전날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만 2조228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4년 3개월만에 가장 많은 순매도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코스피 하락세의 배경으로는 지난밤 미국 뉴욕증시에서의 기술주 급락이 거론된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로 이뤄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1.44포인트(-0.53%) 내린 4만 7085.2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80.42포인트(-1.17%) 하락한 6771.5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86.09포인트(-2.04%) 내린 2만 3348.64에 각각 마감했다.

전날 마감 뒤 공개된 인공지능(AI)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의 분기실적이 기대 이상이기는 했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정도로 높지는 않다는 평가 속에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지수가 하락했다.

팔란티어는 7.94% 폭락했고, AI 반도체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도 3.96% 떨어졌다. 테슬라 역시 5.15%나 빠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뉴욕증시에서 AI 관련 주식의 버블이 ‘닷컴버블’ 때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홍콩에서 열린 행사에서 향후 12∼24개월 내 10∼20%의 증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증시 역시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매물이 출회되며 하방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도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상황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미국 인공지능(AI) 관련주 변동성이 맞물리면서 그간 상승폭이 컸던 반도체 중심의 외국인 순매도가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코스피 하락이 악재를 해소하는 과정에 놓여있을 뿐 단기 조정 국면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국내 증시 조정 흐름이 40여년 전의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 때와 오버랩된다”면서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1986년 4월의 증시 조정 당시 3~4주 동안 횡보하던 주가는 50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를 받고 급반등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긴축 등 우려했던 악재들을 소화했고 시장의 관심이 실적으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즉 현재 코스피 하락이 1986년 4월의 조정과 다르지 않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또 “이번 코스피 하락은 악재를 해소하는 과정”이라며 “먼저 경기와 실적사이클을 확인해야 하는데 아직 사이클이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면 이번 조정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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