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른 추위가 시작되면서, 패션업계가 잇따라 '발열 의류' 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히트텍’으로 대표되던 기능성 내의 시장은 이제 일상복, 재킷, 심지어 침구류까지 확장됐다. 업계에서는 “올겨울엔 따뜻함이 곧 스타일”이라며 발열 기능성 시장을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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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인터내셔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지난달 중순부터 갑작스럽게 낮아진 기온에 발열 패션과 발열 침구류 등의 방한용 상품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하순부터 수도권 아침 기온은 평균보다 4~5℃ 낮았다. 롯데백화점 기준으로 10월 마지막 주 패딩·보온 의류 매출은 전년보다 45% 증가, 쿠팡·무신사 등 온라인몰에서도 ‘발열’, ‘보온’ 키워드 검색량이 3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추위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옷장 교체 시점도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지난 10월17일부터 31일까지 발열 의류 및 침구류 매출이 전년 대비 391%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발열 파자마 세트와 내의 매출은 각각 490%, 204% 증가했다.
자주는 흡습발열 원사인 ‘드랄론(Dralon)’을 적용해 체온 유지력을 높였으며, 제품 테스트 결과 원단 표면 온도가 최대 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이너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외출복 디자인으로 확장한 점이 매출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자주 관계자는 “예전에는 실내 전용으로 인식되던 발열 제품이 이제는 출퇴근복, 홈웨어, 아웃도어용까지 아우르고 있다”며 “보온성과 활동성을 함께 강조한 ‘하이브리드 웨어’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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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클로가 글로벌 브랜드 앰버서더 케이트 블란쳇과 로저 페더러와 함께한 새로운 히트텍 캠페인 비주얼 공개했다./사진=유니클로 제공 |
속옷 브랜드 BYC도 ‘보디히트 2025년형’ 신제품을 선보였다. 간절기부터 겨울까지 입을 수 있도록 얇고 가벼운 경량소재를 적용했고, 기모 내의를 강화해 두꺼운 외투 아래에서도 불편함 없이 착용할 수 있게 했다. BYC는 올해 디자인 라인을 대폭 확대해 U넥, 터틀넥, 타이즈 등 다양한 형태와 함께 MZ세대 맞춤 색상을 도입했다.
SPA 브랜드 탑텐(TOPTEN10)은 대표 발열 라인 ‘온에어(ON AIR)’를 작년보다 한 달 앞서 출시했다. 올해는 모달 코튼 혼방 소재를 적용해 보온성과 통기성을 동시에 확보했고, 보풀 방지와 내구성 강화로 '매일 입는 발열옷'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탑텐 관계자는 “단순히 따뜻함을 넘어 편안함·스타일·지속성을 모두 잡는 것이 목표”라며 “일상 속에서도 매일 입을 수 있는 ‘데일리 발열복’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유니클로, 스파오, 네파 등도 발열 소재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파오는 ‘웜테크(WarmTech)’ 시리즈를 리뉴얼해 신축성과 흡습 기능을 강화했고, 네파는 ‘에어 써밋'을 통해 경량성과 체온 유지력을 결합했다.
이들 제품은 등산복·야외활동복뿐 아니라 도심 출퇴근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테크-캐주얼’ 성격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패션업계는 이를 '기능성의 일상화'로 정의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기능성 소재가 스포츠나 아웃도어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출근복·집콕복 모두에 스며들고 있다”며 “패션의 경계가 기술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열 의류 시장의 성장은 소재 기술력과 직결된다. 자주는 독일산 드랄론을, 탑텐은 국내 개발 소재인 ‘온에어(ON AIR)’를 적용했다. 이외에도 나일론 기반 흡열사, 빛에 반응하는 광발열섬유 등 신소재 개발이 활발하다.
소비자가 ‘따뜻함의 수치’를 비교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향후 기능성 제품의 경쟁은 디자인보다 소재·데이터 중심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는 이제 ‘겨울’을 계절이 아닌 기능성 시장의 시즌으로 보고 있다.
자주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보다 한 달 빠르게 발열 상품 매출이 집중됐다”며 “소비자들이 날씨 예보보다 앞서 움직이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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