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회복 기대 무색… 늘어난 하늘길, 줄어든 수익률
단거리 쏠림 가속… 항공업계 ‘겨울 빙하기’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항공업계가 다소 추운 겨울을 맞을 전망이다. 팬데믹 이후 국제선 공급은 늘었지만 정작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거리 노선은 물론 차별화 전략이었던 장거리 노선까지 수익성이 흔들리면서 항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동계시즌 국제선 공급은 전년 대비 약 100회 늘어난 4973회로 집계되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실적 상황은 달랐다.

대한항공은 3분기 매출은 6%, 영업이익은 39% 줄어든 매출 4조85억 원, 영업이익 3763억 원을 기록했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또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2% 감소한 490억 원으로 추정돼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마찬가지다. 제주항공은 영업이익이 168억 원(전년 대비 –63.9%), 진에어 240억 원(–40.3%), 에어부산 150억 원(–60%) 등으로 모두 두 자릿수 감소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항공사들이 최근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며 노선을 확대했음에도 실제 수요는 고환율·물가 부담과 경기 둔화 등으로 부진해진 영향이다.

유류 할증료 인하와 환율 변동성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유류할증료가 낮아졌지만 고환율이 유지되면서 정비비용·임차료 부담은 여전하다. 더구나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일부 항로 운항 제한이 이어지며 장거리 운항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항공사들은 노선 다변화보다는 ‘안전한 단거리 수익 방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실제 항공사들은 푸꾸옥·나트랑·다낭·타이페이 등 단거리 인기 노선에 집중하며 공급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동계 시즌 항공사들이 일본과 동남아, 소도시 노선에 이어 라스베이거스, 벤쿠버, 발리 등 공격적인 장거리 노선 확장에 나섰던 행보와 대조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거리와 유류비 부담이 적은 동남아 중심 노선에 공급이 쏠리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단거리 노선에서도 운항 횟수 조정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 등 LCC들은 일본, 베트남 등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인천, 부산 공항을 거점으로 한 신규 취항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9월 국민 해외관광객은 2166만 명으로 전년비 약 40만 명 늘어나는 등 소폭 성장세를 보였지만, 같은 기간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편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등 공급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매달 고객유치를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내놓으면서 '저가 항공권' 전략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LCC들의 차별화 전략으로 부상했던 중장거리 노선 역시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미주·유럽 노선의 평균 항공권 가격은 지난해 대비 최대 40% 가까이 하락했다. 괌은 왕복 10만 원대, 미주 일부 노선은 40만 원대 특가가 등장하는 등 장거리 노선에서도 ‘출혈 경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 미주 노선 항공권이 100만 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하락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번 겨울 시즌이 항공사들의 체질 개선 능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항공사들이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대거 확대한 것과 달리, 올해는 중, 단거리 및 소도시 중심의 신규 취항이 대부분인 만큼 공급 확대보다 효율적 운항과 수익성 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내 한 관계자는 “좌석은 프로모션이나 출발 임박 할인 등으로 채우지만 티켓 값도 그만큼 싸지면서 수익성 회복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항공사와의 경쟁을 생각하면 프로모션을 안 할 수도 없기에 수익성 관리를 위한 전략 수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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