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시장 성장 정체에도 ‘프리미엄 라면’ 제품군 지속 성장
‘가심비’ 소비자 겨냥해 원재료·품질·브랜드 철학 등 차별화 강조
고물가에 낮아진 가격 저항…시장 안착 어렵지만 높은 수익 가능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주요 식품업체에서 ‘프리미엄’을 강조한 라면을 잇달아 선보이며 라면 소비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존 국물 라면 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가심비와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층을 공략해 새로운 수요를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 국내 한 대형마트에 매대에 라면이 진열된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6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프리미엄 라면’ 제품군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라면 시장에서도 맛과 가격을 넘어 재료 품질과 브랜드 철학 등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춰 원재료와 품질 등을 고급화한 프리미엄 라면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3일 팜유 대신 우지(소기름)로 튀기고 액상스프로 차별성을 강조한 ‘삼양1963’을 선보였다. 과거 ‘우지 파동’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제품 마케팅에 녹여내며 스토리텔링 요소도 강화했다.

출시 4주년을 맞은 하림의 ‘더미식 장인라면’도 매년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장인라면은 사골·신선육·채소로 우려낸 육수를 농축한 액상스프와 육수로 반죽한 면 등 ‘좋은 원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 일상 간편식을 ‘미식’으로 구현한다는 브랜드 가치도 원자재 품질과 함께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하림 더미식 관계자는 “더미식 장인라면은 출시한지 만 4년밖에 지나지 않은 브랜드지만, 자체 소비자 조사에서 ‘국물라면 구입 의향’ 7위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실제 장인라면 원재료와 제조공정 관련 영상을 시청한 소비자들에게서 구매 의향이 훨씬 높게 나타나는 점에 비추어 라면에서도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며 ‘프리미엄 라면’ 가격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도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11년 당시 농심이 1600원(권장소비자가격)으로 출시한 ‘신라면 블랙’의 경우 현재 편의점 기준 1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신라면’은 1000원, ‘신라면 레드’는 1500원이다. 편의점 대표 먹거리인 삼각김밥의 경우 2011년 700~800원대였으나 현재 1200~1800원으로 가격대가 오르고 가격폭도 넓어졌다. 식품업계에서는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고급화된 라면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라면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만큼, 매번 가격 인상 때마다 큰 반발에 부딪혀 왔다.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먹거리라는 점에서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자리 잡았지만, 주요 라면기업들은 경직된 가격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어려워 원자재 가격 변동 때마다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 

업체들은 기존 라면 제품은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큰 만큼 신규 제품군을 통해 수익성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고급화된 라면을 원하는 수요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주요 라면제조업체중 이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삼양식품의 경우, 높은 해외매출 비중과 함께 해외에서 유동적인 가격책정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기존 소비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게 나타나는 카테고리로, 신제품이나 신규 브랜드가 소비자 선택을 받는 데 어려움이 크다”면서 “기존 프리미엄을 표방한 라면들이 여전히 시장 주류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라면시장이 정체된 만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신규 수요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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