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포트폴리오 '부동산' 편중, 자산건전성 악화도 숙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지방금융 공급확대를 지시한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권에서도 생산적 금융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지방금융권이 연이어 중장기 생산적금융 계획을 발표했는데, 실상 지방은행권의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는 대체로 부동산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 등 자산건전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어 생산적 금융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권의 기업대출 비중은 대부분 60%를 넘어섰다. 4대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광주·JB전북) 및 대구 기반 시중은행 iM뱅크의 3분기 실적자료 중 기업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부산은행 67.7%(가계대출 32.3%) △경남은행 67.9%(가계 32.1%) △광주은행 64.0%(가계 33.7%) △전북은행 55.4%(가계 41.2%) △iM뱅크 60.4%(가계 36.1%) 등으로, 기업대출이 가계대출을 훨씬 웃돌았다.

   
▲ 이재명 대통령이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지방금융 공급확대를 지시한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권에서도 생산적 금융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지방금융권이 연이어 중장기 생산적금융 계획을 발표했는데, 실상 지방은행권의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는 대체로 부동산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 등 자산건전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어 생산적 금융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사진=각사 제공


지방은행들의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건 '중소기업대출비율'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는 신용도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은행자금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1964년 도입됐다. 한은 금융기관 여신운용규정에 따르면 은행의 원화자금대출 증가액 중 50% 이상을 중소기업에 대출해줘야 한다. 대출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미달금액의 50%까지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가 차감된다. 

해당 규정에 따라 지방은행이 지켜야 하는 중기대출비율은 60%에 달했는데, 지난 2023년 7월 50%로 완화됐다. 하지만 오랜 대출비율 차등 적용으로 지방은행은 지역 중기대출을 집중했고, 과거부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취약한 중소기업들까지 대출 부담을 떠안았다. 아울러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은행들인 만큼, 대출포트폴리오도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중심의 시중은행과 달리 상대적으로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높은 기업대출 비중에도 불구 지방은행들의 대출포트폴리오가 부동산 중심으로 꾸려져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큰 만큼, 대출규모를 크게 늘리면서도 건전성 측면에서 타 업종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까닭이다. 

전북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에서 부동산/임대업 비중이 40.9%로 2위 도소매업 9.4%를 크게 웃돌았다. 계열사인 광주은행도 부동산/임대업 비중이 39.0%로 2위 제조업 9.0%를 훨씬 앞질렀다. 이는 실제 연체율(전북은행) 지표에서도 두드러지는데, 부동산/임대가 0.9%로, 도소매업 1.4%, 건설업 1.5%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타 지방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부산은행의 경우 부동산대출이 19.0%에 달해 제조업 전체 16.2%를 앞질렀다. 경남은행은 부동산대출이 13.5%로 제조업 전체 24.6%를 웃돌지 않았지만 업종별로 따지면 역시 부동산대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iM뱅크는 60.4%의 기업대출 중 제조업 17.7%, 부동산업 13.2% 등으로 부동산 비중이 두 번째로 많았다. 

부동산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에도 불구 자산건전성이 더욱 악화되는 점도 생산적 금융의 부담 요인이다.

우선 NPL비율의 경우, 부산은행이 올해 3분기 0.95%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0.73% 대비 약 0.22%p 악화했다. 경남은행은 0.39%에서 0.86%로 약 0.47%p 급등했다. 광주은행은 0.56%에서 0.76%로, 전북은행은 0.68%에서 0.93%로 각각 0.20%p 0.25%p 치솟았다. iM뱅크도 0.65%에서 0.84%로 0.19%p 악화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일제히 악화됐다. 부산은행이 0.67%에서 0.93%로, 경남은행이 0.39%에서 0.96%로 각각 0.26%p 0.57%p 급등했다. 광주은행은 0.58%에서 0.86%로, 전북은행은 0.78%에서 1.27%로 각각 0.28%p 0.49%p 상승했다. iM뱅크도 0.73%에서 0.82%로 0.09%p 악화하는 등 5개 은행 모두 연체율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편 지방금융권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에 발맞춰 최근 중장기 대규모 생산적금융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BNK금융그룹은 '생산적금융협의회'를 출범하고, 내년부터 21조원(생산적금융 20조원, 포용금융 1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조선·해양 등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비롯 부울경지역 집중투자 산업(해양, 방산, 데이터센터, 항공, 에너지 등)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 일환으로 BNK금융은 지난 3일 열린 그룹 생산적금융협의회 1차 회의에서 '지역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다루기도 했다. 

iM금융그룹도 '그룹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신설한 동시에 향후 5년 간 생산적금융에 총 45조원(생산적금융 38조 5000억원, 포용금융 6조 5000억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분기 그룹 총자산 기준 약 41.8%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iM금융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는 미래모빌리티·로봇·헬스케어·반도체·ABB 등 5대 신산업과 이차전지·소부장·에너지·바이오·방위산업 등 전략산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JB금융그룹은 신설된 'JB 생산적 금융 협의체'를 중심으로 전북·광주·전남지역 중소기업에 기업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 지역 유관기관과의 협약상품 공급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또 비은행 계열사를 통한 벤처·지역 특화 첨단 산업, 혁신 스타트업 지분투자도 적극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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