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KGM·한국GM 합산 점유율 7.25%…'역대 최저'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중견 3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GM 등 중견 3사는 신차 부재와 노후화된 라인업 영향으로 내수 점유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속적인 신차 투입과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로 시장 장악력을 강화하며 양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업계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진출과 테슬라의 약진이 겹치면서 중견 3사의 내수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139만9145대다. 이 중 승용차는 125만1557대, 상용차는 14만7588대였다. 국산차는 117만6809대, 수입차는 26만2501대로 집계됐다.

   
▲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신차 가뭄' 중견 3사…점유율 7%로 추락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GM) 중 중견 3사의 합산 내수 판매량은 9만688대로 집계됐다. 르노코리아 4만4175대, KG모빌리티 3만3408대, 한국GM(쉐보레) 1만3105대로 전체 내수 시장의 7.25%를 차지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6년 중견 3사는 38만634대를 팔아 시장의 24.4%를 차지했다. 브랜드별로는 한국GM이 16만8928대,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가 10만1758대, 르노삼성(현 르노코리아)이 10만9948대를 판매했다. 2023년에는 8.3%, 올해는 7%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중견 3사의 내수 부진은 신차 부재가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가 매년 신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동안 중견 3사는 주력 모델 교체 주기가 길어 뚜렷한 신차 효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61.2%에서 지난해 74.2%까지 올랐다. 올해도 1~10월 기준 91만1318대를 판매해 전체의 약 72.8%를 차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출시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로 신차 효과를 누렸지만 최근 판매세는 주춤하다. 지난달 판매량은 2934대에 그쳤으며, 전기차 '세닉 E-테크' 판매량도 22대에 불과했다. 한국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한정된 라인업으로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테슬라 약진·중국 브랜드 러시에 좁아진 입지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겹치며 중견 3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올해 1~10월 기준 테슬라 4만7962대, BMW 6만4015대, 메르세데스-벤츠 5만4121대가 판매돼 중견 3사 각사의 판매량을 모두 넘어섰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초 BYD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가 지난 2월 '지커코리아'를 설립하고 전 아우디코리아 대표를 한국 사업 총괄로 선임하며 진출 준비를 마쳤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도 지난 6월 '엑스펑모터스코리아'를 설립하고 내년 본격 판매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높은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개방된 한국 시장을 아시아태평양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선택이 양강과 수입차 중심으로 재편되며 중견 3사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브랜드 인지도 약화와 투자 여력 축소라는 악순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내연기관 중심의 라인업 구조, 하이브리드·전기차 전환 지연 등이 맞물리며 악순환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 진출과 테슬라의 점유율 확대 속에서 중견 3사가 내수 경쟁력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며 "전동화 신차 투입이 늦어질 경우 현대차·기아 중심의 양강 체제가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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