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중국 및 일본과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AI 도입, 자동화 공정, 방산 진출 등을 통해 경쟁국과의 체질적 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대형 조선소 합병과 저가 수주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일본은 탄소중립과 첨단 기술력을 무기로 ‘기술 조선’ 복귀를 노리고 있다.
| |
 |
|
| ▲ HD현대미포 3도크 갑판 블록 용접 시연회에서 로봇이 장애물을 피해 자동 용접을 하고 있다./사진=HD현대 제공 |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CSSC(중국선박중공그룹)를 중심으로 중국선박중공주식유한회사를 흡수합병 중이다. 합병 후에는 300척 이상의 건조 능력을 갖춘 조선사가 탄생하면서 정부 주도의 ‘규모 경제’ 전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조선·해운 산업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1년 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중국 조선사들의 긴장감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최근 들어 수소 추진선·자율운항선 등 친환경·스마트선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LDP) 산하 특별위원회가 보고한 제안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약 1조 엔 규모의 공·사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정부가 조선소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는 ‘국립조선소’ 설립을 검토하면서 ‘기술 재무장’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중국의 물량 공세와 일본의 기술 압박이 동시에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고난도 선박 중심의 기존 전략을 유지하고 ‘디지털 전환’과 ‘사업 다각화’를 두 축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선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HD현대는 인공지능 기반 조선소 관리체계(AI Shipyard)를 구축 중으로 실제 현장에는 AI 기반 용접 자동화와 휴머노이드 로봇 시범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숙련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인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은 로봇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용접·도장·의장 공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특히 협동로봇과 이동형 양팔로봇을 투입해 고위험 작업의 효율성을 30% 이상 높였으며 약 90여 종의 자동화 장비를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이다.
한화오션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설계부터 시운전까지의 공정 효율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거제조선소 내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생산관리센터’를 가동하며, 드론·IoT 센서를 통해 블록 이동과 검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숙련공의 기술을 데이터화하고 표준화하는 과정”이라며 “노하우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조선사들은 방산 분야로 외연을 넓히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상선 발주가 둔화된 상황에서 잠수함·군수지원함 등 특수선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잠수함·호위함 등 해양 방산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해군 시장 공략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도 군수지원함, 보급선 등 함정 수주를 확대 중이다.
업계는 방산선박이 단가가 높고 장기 공급계약이 가능해 수익성 안정과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조선업 관계자는 “방산 프로젝트는 납기와 기술 신뢰도가 핵심이기 때문에 한국의 조선 기술력이 오히려 빛을 발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 조선업의 다음 승부처는 기술에 ‘속도와 효율’을 더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중국의 물량, 일본의 기술 압박 속에서 한국은 디지털과 방산이라는 새로운 축으로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조선업의 경쟁무대는 이제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시스템과 속도의 시대”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