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조선 3사가 글로벌 발주 불확실성 속에서도 ‘단골 고객’에 힘입어 대형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조선사들의 수주 대부분이 기존 단골 선주사와의 반복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신뢰에 기반한 안정적 수주 구조’로 평가한다.
| |
 |
|
| ▲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4년 인도한 1만 3,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
1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최근 주요 수주는 모두 오랜 기간 협력해온 유럽·중동 선주사 중심으로 집중됐다. 경기 둔화와 운임 변동성 확대 등으로 신규 발주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거래선을 유지하는 것이 조선사들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은 대표적인 ‘단골 고객형’ 조선사로 꼽힌다. 그리스 캐피탈마리타임(Capital Maritime), 알파가스(Alpha Gas), 노르웨이, 사우디 등 주요 선주사들과 LNG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재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리스 선주들과의 관계는 수년째 지속돼온 대표적인 신뢰 기반 거래다. 캐피탈마리타임은 최근에도 HD현대중공업과 합병을 앞둔 HD현대미포조선과 28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추가 발주를 체결하며 한국 조선사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에 더해 지난 10일에는 태국계 선사 리저널컨테이너라인스(Regional Container Lines, RCL)와의 신규 계약을 따내는 등 추가 발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화오션 역시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그리스 마란가스(Maran Gas Maritime),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 노르웨이 크누센(Knutsen) 등 주요 LNG선주사와의 장기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마란가스는 1990년대 중반부터 대우조선과 거래를 시작해 현재까지 100척이 넘는 선박을 발주한 한화오션의 최대 고객이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에도 이들 단골 선주 중심으로 계약이 이어지면서 “한화 브랜드의 신뢰 구축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유럽과 일본의 대형 선주들과 꾸준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스콜피오(Scorpio), 엔에셀(Enesel), 일본 MOL 등과 LNG선·컨테이너선·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 등 주력 선종 중심의 반복 계약이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은 특히 유럽 선주사들로부터 기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구조가 과거 ‘물량 확보형’에서 ‘관계 중심형’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규 고객 확보보다는 기존 선주와의 장기 파트너십 유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품질과 납기,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조선사들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조선업계 전체 신규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대비 소폭 줄었지만, 국내 조선 3사의 점유율은 25.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7.2%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선두 중국과의 격차는 51%포인트에서 26.7%포인트로 좁혀진 수준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발주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기존 선주사들이 한국 조선소를 우선 고려하는 이유는 품질과 신뢰 때문”이라며 “새로운 시장 개척보다는 기술력과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한 ‘수주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