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문 기자] 그동안 교육과 연구를 위해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수목원, 서울대 안양수목이 반세기 만에 일반에 개방됐다.

평일임에도 수목원은 사람들로 활기차다. 유모차를 미는 젊은 부부, 등산 배낭을 멘 중년의 탐방객, 스케치북을 든 학생까지. 다양한 시민들은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오랫동안 연구의 공간이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가을 햇살이 수목원의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색을 짙게 물들인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숲길을 따라 시민들의 웃음소리가 낭랑하게 번졌다.

   
▲ 숲이 품은 시간의 결, 그리고 그 속을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우러지며,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비로소 ‘연구의 숲’에서 ‘시민의 숲’으로 거듭났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생명의 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한 여성은“(수목원)입구에서부터 공기가 달랐다”라며“이 길을 온전히 걸을 날이 올 줄 몰랐다.”고 말한다. 또 다른 방문객은 “수목원이 이렇게 크고 깊은 줄 몰랐다."라며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1967년 국내 자생식물의 유전자원 보존과 생태 연구를 위해 조성된 곳으로, 오랫동안 ‘서울대 관악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돼왔다.

50여 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수목원은 그 자체가 ‘시간의 교과서’다. 인공적인 조경이 거의 없고, 자연림이 온전히 유지돼 숲의 층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희귀 식물인 미선나무를 비롯해 개느삼, 나도승마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생종이 있어 한반도 식생의 원형을 보여준다.

안양시는 수목원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인공적인 시설 설치를 최소화했다. 산책로와 안내 표지판 등 방문객 편의를 위한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고,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제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시민들에게 열렸지만, 여전히 조용하고 차분하다. ‘열림’의 의미는 단순한 개방이 아니라 ‘존중’일지도 모른다. 숲은 오랜 세월 기다려왔고, 사람들은 그 기다림에 응답했다.

   
▲ 안양 예술공원 인근의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그동안 국내 자생식물의 유전자원 보전과 연구를 위해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어 숲의 교과서로 불린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가을 햇살이 수목원의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색을 짙게 물들인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숲길을 따라 시민들의 웃음소리가 낭랑하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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