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시멘트 산업이 34년 만의 최저 내수 출하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업계는 단기 대응과 장기 체질 개선을 병행하며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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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멘트 운송열차./사진=연합뉴스 |
12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약 365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6.5% 줄어들며 1991년(3711만 톤)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장기화한 건설 경기 침체로 주택 착공과 토목 수요가 동시에 위축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건설 수주액은 전년보다 18.9% 감소했고 착공과 시공 실적도 각각 12.8%, 18.1% 줄었다. 여기에 국가 주도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수년째 감소세를 이어가며 출하량 감소세를 더욱 가속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신도시 조성 붐이 일던 시기와 달리 현재는 생산능력은 늘었지만 가동률 저하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물론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는 2026년 내수 출하량이 올해보다 소폭 줄어든 3600만 톤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의 자금난과 공사비 상승, 민간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신규 프로젝트 착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2018년 대비 53~61%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시하면서, 시멘트업계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공정 개선이 불가피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 감축 기조에는 공감하지만 기술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 시멘트사는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업계는 단기 대응과 장기 체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SOC 예산 확대와 물류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주요 대책이다.
정부가 향후 5년간 약 27조5000억 원 규모의 SOC 예산을 집행하기로 하면서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 인프라 분야에서 일정 부분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
또한 업계는 공동 물류망 구축과 출하 거점 최적화 등을 통해 운송 효율성을 높이고 원가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이 핵심이다. 한일시멘트는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강도를 유지하면서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는 모르타르 기술을 실증했고, 삼표시멘트는 산업부산물(슬래그, 석탄재 등)과 생활폐기물을 활용해 클링커(시멘트 원재료) 비중을 낮춘 혼합시멘트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클링커 대체재 확대, 혼합재 기술 고도화, 열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진 가능한 고부가 제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부진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시멘트 산업은 단순한 자재 공급을 넘어 친환경·고부가 제품 중심 산업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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