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설비 증·신설 속속 마무리
업황 부진에 투자 부담·수익성 확보는 고민
중장기 경쟁력 강화 기대…고부가 확대·신시장 공략 가능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설비 증·신설에 나서며 반전을 노린다. 당분간 업황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오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확대와 글로벌 수요 회복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 롯데케미칼도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가 10월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제공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안으로 SSBR(용액중합 스티렌부타디엔고무) 설비를 추가 구축할 예정이다. 해당 설비는 연간 3만5000톤 규모로 시운전, 고객사 테스트 등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SSBR 생산능력은 기존 12만3000톤에서 15만8000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롯데케미칼도 인도네시아에 신규 설비 투자를 마무리하고, 지난 10월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라인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번 사업은 약 5조6000억 원이 투입됐다. 이곳에서는 연간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 52만 톤, 폴리프로필렌 35만 톤, 부타디엔 14만 톤 등을 생산한다. 

한화솔루션도 지난 9월부터 여수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 공장이 양산에 돌입했다. 이 공장은 연간 30만 톤 규모로, 기존 16만 톤이었던 생산능력을 46만 톤까지 확대됐다. 투자 규모는 약 7200억 원 규모로, GS에너지와 합작 형태로 추진됐다. 

◆업황 부진 전망에 단기 수익성 ‘미지수’

석유화학업체들의 이번 설비 증·신설 완료는 업황 부진 속에서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익 확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는 LG화학이 석유화학 부문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이 적자폭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시적인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시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이번 설비 투자가 수익성을 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업황 부진 영향과 중국의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수익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솔루션 역시 EVA가 태양광 소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수요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태양광 수요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EVA 수요 회복도 제한적일 수 있다”며 “금호석유화학의 SSBR도 전기차 캐즘이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제2공장 전경./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중장기적 기대감은 여전…“글로벌 시장 확대 기대”

다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설비 증·신설은 반전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석유화학의 SSBR은 합성고무에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며, 전기차용 타이어 소재로 활용돼 전기차 전환에 맞춰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번 SSBR 증설을 통해 수익성 기반을 강화하고,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성장에 따른 장기적 매출 확대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 산업이 성장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와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을 핵심 육성산업으로 선정한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에틸렌 자급률이 44% 수준으로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 공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인접 국가로의 수출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영업망을 확대하고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기대할 수 있다. 여수 EVA 공장에서 생산된 소재는 EVA 시트로 가공된 뒤 자체 태양광 사업에 공급되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생산능력 확대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설 수 있어 글로벌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설비 증·신설이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에는 쉽지 않은 데다가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 제품 중심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충분히 반전 카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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