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이사회 초대 의장에 정용진 회장 선임
12년만 임원 복귀한 정용진, 쿠팡 맞서 ‘G마켓 재도약’ 직접 지휘
기존 이커머스 실적 지지부진…G마켓 중심 차별화로 전략 일신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적자의 늪에 빠진 그룹 이커머스 사업을 일신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다.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G마켓 재도약’을 직접 이끌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유통가 반(反)쿠팡 연합을 이끌던 신세계가 C커머스까지 등에 업으면서 대(對)쿠팡 전선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전망이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신세계그룹 제공


12일 신세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그랜드오푸스홀딩 이사회에서 정 회장이 초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그랜드오푸스홀딩은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지분을 공동 출자해 만든 합작법인(이하 JV)으로,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JV는 지난 9월18일 공식 출범한 이후 ‘G마켓 재도약’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왔다. JV 이사회가 구성되고 정 회장이 의장 자리를 맡으면서 사업 전략 추진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JV 이사회 알리바바 측 인사로는 제임스 동 AIDC 인터내셔널 마켓플레이스 사장이 참여한다. 제임스 동 사장은 알리바바그룹 해외 이커머스 사업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JV 자회사 대표인 장승환 지마켓 대표와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도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둘은 JV의 공동 대표도 맡게 된다. 이밖에 JV 실무 운영을 총괄할 CFO에는 이마트 재무담당이었던 장규영 상무가 선임됐다. JV 이사회는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시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삼을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그만큼 G마켓 재도약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며 “JV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두 플랫폼 사이에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조직으로, 정 회장의 참여로 조직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복귀한 정용진, 이커머스 강화 ‘배수진’

정 회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12년 만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신세계·이마트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이후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신세계그룹을 이끌어 왔다. 현재 그룹 중심인 이마트에서도 미등기임원에 머물러 있다. 정 회장의 이번 JV 이사회 참여는 신세계그룹 미래 청사진에서 이커머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음을 암시한다. 다만 지속된 투자에도 이커머스 사업이 지지부진한 만큼, 정 회장이 직접 나서 칼을 빼 들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이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이커머스 사업 확대를 추진해 왔다. JV 자회사인 G마켓·옥션(당시 이베이코리아)도 지난 2021년 3조4400억원이란 거금을 투자해 인수한 회사다. 기존 G마켓·옥션의 스마일클럽 멤버십을 SSG닷컴 및 신세계 계열사와 연계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선보이는 등 통합 시너지 발휘에도 공을 들였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2020년 기준 이베이코리아와 SSG닷컴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각각 12%, 3%로 둘을 합치면 15% 남짓이었으나, 2022년 인수 후엔 오히려 10%로 감소했다. SSG닷컴과 G마켓은 2021년 이후 줄곧 적자 상태를 답보 중이다. 거래액도 감소 추세를 뒤집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경쟁자인 쿠팡과 네이버는 이커머스 양강체제를 점차 굳혀 갔다. CJ제일제당 등 국내 유통기업과 손잡고 반쿠팡 연대를 구축하며 견제구를 날렸봤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직매입·로켓배송 중심의 쿠팡과 검색·커뮤니티·결제 등 오픈마켓 연계 강점이 뚜렷한 네이버와 달리, SSG닷컴 산하 계열사 개별 온라인몰들과 G마켓·옥션 등은 특별한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C커머스인 알리바바와 JV를 설립하고 G마켓을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도 G마켓만의 차별화 요소를 마련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 G마켓이 국내 1세대 이커머스로서 가진 상징성과 신세계의 국내 유통 노하우, 알리바바의 AI 기술력과 해외 플랫폼을 활용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G마켓은 우선 알리와 연계해 다양한 ‘K상품’들의 온라인 수출 플랫폼으로서 차별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직접 JV 방향타를 잡은 것은 책임경영으로 사업 추진 동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알리와 G마켓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러 계열사 몰을 SSG닷컴과 연동한 것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G마켓을 대표주자로 내세워 차별화 경쟁력을 강조하고 계열사간 조율에는 정 회장이 직접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라는 공룡 사이에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존속하려면 특정 분야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하는 상황”면서 “G마켓이 알리와 협업해 선보일 서비스들이 국내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자리 잡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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