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기후·환경변화에 따른 바닷속 수산지원의 변동을 연구하고 이에 따른 양식기술을 개발해 어종의 미래가치를 열어가는 이들이 있다.
제주해역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 연구자들은 기후위기 시대의 해양 온난화와 오염 등에 따른 연안환경과 어업자원의 변화를 이미 15여 년 전부터 가장 빨리 느끼고 가장 깊이 고민하고 대응하는 중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최선단 어벤져스’로 불리는 김강웅 소장을 비롯한 연구진들은 과거 명태, 오징어, 고등어, 갈치 위주의 주요 어종의 생태계 변화를 지켜보면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양식산업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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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품질 참조기 양식산업화 실증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유용운 연구사가 양식 참조기 성어를 선보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이들이 찾은 기후위기 대응 신품종 어종은 고품질의 참조기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고수온에 강하고 맛이 좋아 수출하는 벤자리다. 또한 미래 식량산업 측면에서 대형어류로 개발 중인 어종은 여름 방어로 알려진 고급어종인 잿방어와 흑점줄전갱이, 참다랑어 등을 신품종으로 선별, 양식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제주 바다에 접한 아열대수산연구소의 연구지원실, 종보존연구실, 참다랑어연구실, 참조기연구실, 순환여과연구실을 갖춘 미래양식센터에서 이들이 기술개발 중인 어종들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우선 참조기 양식은 양식 기술이 어느 정도 검증돼 양식산업화를 위한 실증 연구단계로 진행 중이다. 양식장 현장 입식과 출하, 유통 전 단계를 이미 거쳤고, 대량생산을 위한 경제성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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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식 참조기 비교. 좌측은 2세어로 체중 300~400g, 우측은 0세어로 40~60g으로 무게 차이가 현저해 통상 15개월 이상이면 경제성 있는 성어로 자란다./사진=미디어펜 |
특히 참조기 양식은 점액포자충 등으로 위기에 처한 넙치 양식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질병으로 인한 폐사가 문제가 된 제주 양식넙치의 시설을 활용해 큰 투자없이 양식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수정률이 95%가 넘어 대량 생산성이 확보됐다는 것으로 보였다. 수조를 가득 채운 참조기는 정말 ‘물반 고기 반’으로 풍부한 어족자원으로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산업화의 무기인 체장에서도 자연산 대비 단기간에 키워내는 차별화를 이뤄냈다.
고품질 참조기 양식산업화 실증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유용운 연구사는 “현재 생산 유통되는 참조기의 경우 100g(통상 20~23㎝) 이상은 5%가 넘지 않는데, 현장실증을 거쳐 올해 시판된 양식 참조기 성어는 최소 150~200g(24~26㎝)으로 유통현장에서 완판을 기록했다”면서 대형마트와 유명백화점을 통한 유통라인도 개척해 성공적인 품질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술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화를 위해 국제수산박람회 엑스포 등을 여러 차례 참여해 소개하고 샘플도 보낸 결과, 올해 초 유통업체들이 관심을 가졌고 굴비로 가공해 판매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내는 등 현장 영식업계와의 긴밀한 소통도 유지 중이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양식업을 운영 중인 효남수산 오성호 대표는 가장 먼저 참조기 양식 산업화 실증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든 결과 산업화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오 대표는 “쉽게 말하면 한 수조에 광어나 도다리를 1000마리 키울 수 있다고 하면, 참조기는 5000마리를 키울 수 있는 상황으로 생산성이나 단가 경쟁력이 나와 판로만 확보된다면 대량생산과 유통이 가능하다”면서 “산업화가 잘 되려면 재정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분야 공익직접지불제도직불제 사업의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산물을 생산하는 어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친환경수산물 생산지원 직불제’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 생산 어가에 배합사료 구매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지원 대상 어종에 넙치, 돔, 볼락, 가자미에 이어 올해는 숭어, 능성어 등 약 15종 이상의 전주기 해수면 양식어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참조기의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면 양식 어가 입장에서는 좀 더 안정적인 상황으로 양식산업화 확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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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양식업을 운영 중인 효남수산 오성호 대표는 참조기 양식 실증사업의 1세대로 산업화 가능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사진=미디어펜 |
현장에서는 이 같은 양식 산업화의 전제로 판매시장 형성과 가격 경쟁력, 어획량, 쉬운 양식기술을 필수 요건으로 꼽고 있다.
아열대수산연구소의 고수온 대응 양식 신품종 산업화 연구의 두 번째 대상 어종은 벤자리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양식업계에서는 고급 어종으로 불리며 일본 등지로도 수출하고 있다.
벤자리는 여름철 고수온기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서 폐사량이 증가하면서 관련 지자체와 어업인 등이 지난해 3월 아열대연구소에 양식기술과 종자 보급을 요청하면서 연구가 가속화됐다.
경남수산자원연구소와 어민간담회에서의 건의사항으로, 지난 2023년과 2024년 가두리 시험 결과 28~30도, 저수온 9~11도에서 안정적으로 사육이 확인됐고 생존률이 75% 이상으로 고수온 피해 대응 양식 어종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겨울철 월동이 가능하고 고수온과 적조현상에서도 살아남아 양식 가능성은 커졌지만 지역 산지별로 상황이 다르다보니 보급형 품질개선과 실증시험을 계속해야 했다.
올해 우량 어미와 수정란 생산 등 기술개발을 거쳐 생산된 벤자리는 시험 연구지역을 확대했다. 2025년 생산된 벤자리는 거문도에 1만 마리, 통영에 1만5000마리 종자를 분양하고 한창 양성시험을 지속하고 있다.
이후 1차 입식체계 상품성을 평가하고 내년에는 3차 생산시험과 시장성 및 경제성을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또한 미래 식량산업 육성종으로 추진 중인 대형어류의 양식기술도 개발을 진행 중이다. 고부가가치 신규 양식으로 품종을 탐색하고 후대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대상종인 잿방어는 고수온기 남해안 가두리 양식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지난해 가두리 시험양식과 올해는 후대 생산 연구를, 흑점줄전갱이는 국내 환경에 맞춰 성숙 및 산란 가능, 환경 적응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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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열대수산연구소의 미래 식량산업 육성종으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인 잿방어./사진=미디어펜 |
이와 함께 양식 중인 참다랑어는 그간 산란유도와 수정란 생산, 부화 자어, 치어 사육, 월동 등 중간육성 등을 거쳐 후대 생산을 위한 어미 성숙유도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목표인 종자 대량생산에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참다랑어 양식은 유해한 질병이 없는 반면 서식 환경에 예민하고 양식 환경 콘트롤에 한계가 있어 최근에는 자연산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선회 중이다.
수과원 아열대수산연구소는 기후위기 대응 신품종 양식기술 개발이라는 명제를 위해 최근 미래생물양식동을 새로 건립해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변화된 기후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어도 깨끗하고 맛 좋은 검증된 어류를 생산해 내 국민들의 식탁에 지속적으로 올라올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