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 여파, 일본행 수요 급증…LCC ‘연말 특수’ 기대감
과잉공급은 여전히 문제…단기 반사이익에 그칠 가능성도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겨울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 노선이 4분기 대표 ‘인기 노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납치 사건 여파로 일부 동남아 노선의 수요가 급감한 반면 일본행 항공권은 반사이익을 얻으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다만 일본 의존도가 커지면서 경쟁이 과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3일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12월 1일 기준 서울에서 출발하는 도쿄 왕복 항공권은 최저 40만 원대, 최고 74만 원대로 3개월 전(34만 원대)보다 크게 올랐다. 겨울철 인기 지역인 삿포로 노선도 최저가가 54만 원에 달하는 등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계절 요인에 구조적 수요 이동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한다. 최근 캄보디아 주요 지역에 한국 정부의 여행경보가 발령되면서 현지 항공편이 줄고 태국·라오스 등 인근 지역 예약률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치안이 안정된 일본은 크리스마스·연말 여행 대체지로 주목받으며 예약이 급증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11~12월 출발 여행 예약에서 일본은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기존 겨울철 인기 노선인 동남아 수요까지 안전하고 가까운 일본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요 변화는 LCC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은 일본 노선의 운항 비중이 40~50%에 달한다. 일본 노선은 비행시간이 짧고 회전율이 높아 단가 대비 수익성이 높은 구조인 만큼 LCC들의 운항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수요가 모든 항공사의 좌석을 채울 만큼 폭발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항공사들이 연말 특수를 노리고 일본 노선 운항편을 잇달아 늘리면서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타, 에어서울 등 국내 LCC들은 각각 올해 4분기 인천-가고시마, 인천-요나고 노선운항 횟수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증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일본과 함께 겨울철 따뜻한 여행지로 각광 받았던 동남아 여행이 줄면서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동남아는 중장거리 여행지로 티켓값이 비싼 만큼 항공사들에겐 주요 노선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 운임을 인상하려 해도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결국 할인 경쟁이 불가피하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10월 인천공항 여객 수는 634만 명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지만 지역별 수요 편차가 뚜렷했다”며 “중국과 유럽 노선은 견조했으나 일본·동남아 노선은 부진했고, 환승 여객은 27% 줄어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11월 들어 일본 노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동남아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수요가 어느 정도 유지되면 4분기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본행 수요 증가가 동남아 수요 위축에 따른 일시적 반사이익 불과할 수 있는 만큼, 일본 노선으로 4분기 실적을 제대로 만회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일본 노선의 높은 탑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비수기에 접어들면 운임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일본 특수로 단기적인 숨통은 트겠지만 구조적 경쟁 환경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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