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내수 부진과 소비쿠폰 사용처 제외 등 영향으로 3분기 악전고투를 벌인 대형마트가 실적 개선 방안을 두고 갈림길에 섰다.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를 구원투수로 내세운 반면, 롯데마트는 해외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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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마트 트레이더스 마곡점 매장 내부 모습./사진=이마트 제공 |
13일 이마트에 따르면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4억 원, 영업이익은 395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6%, 11.6% 증가했다. 트레이더스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신규 개점한 마곡점(2월), 구월점(9월)이 첫 달부터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할인점(대형마트) 실적은 매출 2조9707억 원, 영업이익은 548억 원으로 각각 3.4%, 20.9% 감소했다. 대형마트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트레이더스의 높은 수익성은 한층 도드라졌다. 3분기 트레이더스 매출은 할인점의 3분의1 규모(33.7%)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은 72.1% 수준에 육박했다. 트레이더스 3분기 영업이익률(3.9%)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0.3%포인트 개선됐으며, 할인점(1.8%)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할인매장이다보니 가능한 모든 자원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동원했고, (저렴한 가격 덕에) 고객이 자주 찾게 되면서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트레이더스는 제품 기획과 소싱, 진열, 판매 방식 등 모든 면에서 할인점과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으며, 대량매입과 운영비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첫 매장을 연 트레이더스는 일반 대형마트 대비 약 10~15% 저렴한 가격과 별도 멤버십 가입이 필요 없다는 점 등을 앞세워 3~4인 가구의 장보기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대용량 제품을 소분해 나누는 ‘품앗이’ 문화까지 생기며 매출이 우상향 중이다. 현재 트레이더스 매장은 24개로, 이마트는 올해 2개 매장을 연 데 이어 앞으로도 추가 출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직 출점이 확정된 점포는 없지만, 추가 출점을 위한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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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마트 베트남 빈점 전경./사진=롯데마트 제공 |
롯데마트도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롯데마트와 슈퍼가 포함된 그로서리 사업 부문의 3분기 매출은 8.8%, 영업이익이 85.1%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창고형 할인매장 ‘맥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트레이더스와 달리 뾰족한 실적을 거두진 못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2년 기존 빅마켓을 맥스로 리뉴얼하며 2023년까지 전국 20개 매장을 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재 운영 중인 맥스 점포는 6곳뿐이다. 2022년 이후 추가 출점도 없어 ‘만년 유망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맥스 확장과 관련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고형 할인매장 대신 롯데마트가 힘을 쏟고 있는 곳은 ‘해외 할인점’이다. 해외 마트 부문 올해 누적 매출은 1조1627억 원, 영업이익은 397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2%, 6.3% 성장했다. 3분기에는 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 영향 등으로 매출(-0.9%)과 영업이익(-7.1%)이 모두 감소했지만, 향후 실적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도매와 소매 공간을 접목해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리뉴얼한 인도네시아 발리점 매출이 크게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베트남에서도 기존점의 안정적 성장을 기반으로 최고 실적 계속 경신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해외에서 K푸드 중심 그로서리 전문점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수익성 개선과 성장 기반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매출 구성비가 큰 국내 할인점 및 슈퍼의 수익성은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국내 롯데마트·슈퍼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3.3%에서 올해 3분기 0.5%로 2.8%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국내 할인점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대비 93.8% 급감했고, 슈퍼 영업이익도 60.3% 줄었다. 지난 2023년 상품 통합 소싱을 시작으로 3년에 걸쳐 물류센터, 시스템 등 마트·슈퍼 통합을 마쳤지만, 수익성이 다시 꺾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3분기 소비쿠폰 영향과 추석 명절 시점차로 매출이 감소했고, 2024년 3분기 광주첨단점 분양 수익 역기저와 e그로서리 사업 투자 등이 영업이익에 반영됐다”면서 “대형마트는 박리다매라는 특성상 매출이 감소하면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빠지는 구조로, 국내 사업에 특별히 문제가 생긴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해외 사업 부문에서는 앞으로도 확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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