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벤츠 협업할 경우 독일 3사에 공급한는 유일한 업체
앞선 LG엔솔과의 계약 규모 고려 시 상당한 규모 될 가능성도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회장이 방한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협업이 기대된다. 전날 삼성과 LG 경영진과 회동한 칼레니우스 회장은 기술력에 대한 소감을 말하면서도 협업의 기회를 열어놨다.

   
▲ 삼성SDI, 기흥사업장 본사 전경./사진=삼성SDI


14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가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나서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수주 기회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 9월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한 약 15조 원 규모의 공급계약 이후 삼성SDI도 다음 순번의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입국 이후 LG전자를 비롯한 LG계열사들의 수장과 만난 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회동했다. 해당 자리에서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도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업계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중국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독 벤츠 진입에 성공하지 못한 삼성SDI와의 협업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SDI 입장에서 벤츠 수주는 기업 전략상 중요도가 높다. 현재 삼성SDI의 주요 완성차 고객사는 BMW, 아우디, 현대차 그룹, 그리고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등이다. BMW의 경우 i4, i5, i7, iX 등 주요 전동화 모델에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며 2019년 35억 달러 규모의 10년 공급계약을 체결해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아우디도 마찬가지로 Q4 e-트론 등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에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벤츠까지 고객사로 추가될 경우 삼성SDI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3대 프리미엄 완성차인 벤츠·BMW·아우디 모두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유일한 한국 배터리 업체가 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벤츠와 오래전부터 협력해왔지만 벤츠가 삼성SDI에서도 배터리를 공급받는다면 전체 독일 프리미엄 시장을 포괄하게 된다. 현대자동차, 포드, 폭스바겐까지 포함하면 삼성SDI는 글로벌 톱티어 완성차들 중 절대다수를 고객사로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 2023년 한국을 방문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인삿말을 건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공급 규모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와 체결한 15조 원 규모의 계약을 감안하면 삼성SDI도 이에 준하는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재 삼성SDI의 연간 매출이 약 11조 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실로 거대한 규모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미 "벤츠와 일하고 싶다면 혁신, 최첨단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술력 중심의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등 조건을 충족하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번 회동으로 계약이 빠른 시일 내로 진행된다면 단순한 배터리 납품을 넘어 광범위한 전장 부품 협력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SDI는 현재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벤츠가 2030년 이후를 겨냥한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세대 배터리 기술 협력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전략 간담회를 가진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질의응답에서 "LG와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이야기 했고 향후 혁신과 기술이 무엇인지 어떻게 지평을 열어갈 것인지 이야기 했다"며 "어제 나눴던 이야기들은 앞으로 3년에서 4년 이후에 나오게 될 계획들을 이야기 했다"고 말하면서 협업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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