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연일 고공행진…14일 한때 1475원 육박
식품기업 원가 부담 가중, 주요기업 3분기 수익성 악화
“기업 대응에 한계”…고환율 지속시 가격인상 불가피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하며 식품업계가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국내 소비심리 회복세에 부풀었던 연말 실적 기대감도 고환율에 찬물을 맞았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 방어를 위한 가격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가공식품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74.9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며 1458원대까지 후퇴했지만, 최근 3거래일 연속 환율이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환율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출렁거리는 환율에 식품업계 수익성에도 먹구름이 꼈다. 특히 제과업계는 카카오 등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잠잠해졌지만 수익성을 회복하진 못했다. 3분기 오리온의 한국법인 매출은 4.3%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웰푸드도 국내사업 매출이 6.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8% 줄었다.

기업들이 고환율에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재료 시세를 예측하는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날씨, 환율, 재고량, 선물 가격 등 변수를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시점에 원자재를 구매한다는 전략이었다. 오리온도 국내외 법인에서 사용하는 원재료 구매를 한국 법인에서 총괄하며 원가 부담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고환율 지속에 체질개선 노력이 무색해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거시경제 변화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원자재가와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연말 환율 충격 이후 주요 식품기업들은 올해 경영 계획에서 약 1400원대 초중반의 보수적인 환율을 설정했다. 환율 1400원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하지만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으며 상정했던 ‘최악’의 경우를 마주하게 됐다. 

식품기업들이 환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요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식품제조업 평균 비용구조에서 원재료비는 약 66%에 달한다. 원자재 가격에 변동이 없다 하더라도 환율이 상승하면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옥수수 톤당 수입 가격이 지난해 251달러에서 241달러로 소폭 내렸지만, 원화 환산 가격은 지난해 34만3000원에서 34만5000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원맥 가격도 톤당 322달러에서 303달러로 하락했지만 원화 환산 가격은 43만9000원에서 43만2000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영계획 상 다른 환경이 동일하다면 환율이 약 10원이 증가할 때 손익 부담은 약 30억 원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음료 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고 환율에 따라 수익성에 영향을 받는데, 특히 오렌지 농축액과 각종 향료 등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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