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 발표로 한국산 의약품에 대해 미국이 최대 15%의 관세를 적용하고 제네릭 의약품은 무관세를 유지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단기적인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중장기적인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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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트리온 송도 제3공장 전경./사진=셀트리온 |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팩트시트에 따른 합의는 국내 제약사들의 미국 진출에 대한 우려가 일부분 해소됐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거론했던 100% 이상의 초고율 관세 우려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의약품에 15%의 관세가 부과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현지 생산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네릭 약품은 관세 부담이 없어 상대적으로 우위가 예상되지만 가격 경쟁 심화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발표된 팩트시트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양국 산업의 균형과 소비자 이익을 고려한 현실적인 기준 설정”이라며 “제네릭 의약품과 그 원료에 대한 무관세 부과는 혁신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둔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바이오시밀러의 관세 적용 여부는 아직 팩트시트에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업계는 바이오시밀러가 제네릭과 유사한 무관세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가 앞서 지속적으로 약가 인하와 의료비 절감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기업에서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주요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이런 기대 속에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와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 거점 마련과 공급망 재편이 구조적 변화를 비롯한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에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내 공장 설립, 인수, 위탁생산 확대 등의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현지화는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현지 규제 대응과 시장 진입 장벽 완화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뉴저지 생산공장 인수를 위해 총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초기 인수금 4600억 원에 운영자금과 추가 증설 비용을 포함한 이번 투자는 미국 내 독자 생산과 직판 체제 도입으로 원가 절감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회로 평가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관세는 이제 기정사실이므로 선제 투자가 결국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 역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위탁생산 시설을 마련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보유해 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권에 들어가 있다는 평가다.
또한 원료의약품(API) 수출업체들도 이번 협상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주요 API 공급국 중 하나다. 제조 공정의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미국향 의약품도 관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따라 공급망 다변화와 원가 경쟁력 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미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약가 인하 정책 역시 추후 시장 환경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약가 인하 조치가 강화되면 현지 생산 시설이 없는 한국 제약기업들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R&D(연구개발) 강화와 품질 혁신이 후속 대응책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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