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K-뷰티’의 글로벌 성공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해외 수요 확대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위조 화장품이 시장 곳곳을 잠식하면서, 브랜드 신뢰와 소비자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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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생성 이미지./사진=미디어펜 김동하 기자 |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K-뷰티 지식재산권 침해 적발액이 약 220억 원(약 151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배 증가했다.
특히 중국발 위조품 비중이 99%에 달했고 미국을 경유해 국내로 들어온 사례가 전체의 81%에 달했다. K-뷰티 인기가 확산될수록 브랜드의 '복제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조 피해는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기업부터 가성비 브랜드까지 폭넓게 확산되는 추세다.
설화수는 2024년 해외제조 위조 화장품 적발 541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마녀공장은 올해 9월 기준 952건의 위조품이 적발돼 가성비 브랜드 중 피해가 가장 컸다.
에이피알은 중국산 위조품이 국내외 오픈마켓에서 유통되자 긴급 경고문을 냈다. '콜라겐'을 '골라겐'으로 바꾸거나 용량 단위를 ㎖ 대신 mi로 표기한 제품들이 실제 판매되고 있었다. 에이피알은 "성분을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상승, 온라인 유통망 확대, 제품 라인업 대중화가 위조 타깃을 넓히는 삼중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적발된 위조품은 정품과 외형이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패키지·라벨·바코드가 정품과 동일하거나 오탈자 한 글자만 다른 사례가 늘었다. 일부 제품은 유사한 가격에 판매돼 '싼 게 가짜'라는 인식조차 통하지 않는다.
관세청은 올해 위조 화장품의 81%가 ‘중국 → 미국 → 한국’ 경로로 유통된 것으로 파악했다. 쇼피·타오바오·아마존 등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무분별한 거래가 확산된 것도 큰 요인이다.
정보기술혁신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온라인 플랫폼에서 K-뷰티 위조 상품이 약 99만 건에 달했다.
위조품은 대부분 안전성 검증을 받지 않았다. 최근 단속에서 적발된 피부 접촉 제품 중 45%에서 납, 카드뮴 등 중금속과 가소제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정품보다 자극이 강하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 피해는 브랜드 불신으로 이어진다. 피해자는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가짜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그 브랜드를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조품이 유통될 때마다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글로벌 파트너십 신뢰까지 흔들린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은 진행 중이지만 한계까 뚜렷하다. 특허청은 올해 상반기 8만7000건의 위조 화장품을 적발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관세청·경찰청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구조라 실시간 정보 공유가 어렵다.
국회에서도 "수출 확대보다 정품 보호가 우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기업, 플랫폼이 함께하는 공동 태스크포스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위조품은 K-뷰티의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기 때문에 해외 관세 당국과 협력해 수입 단계부터 차단하고, 관련자에게는 예외 없는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이 가성비 브랜드 선호가 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정품 인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신원을 뚜렷히 확인하기 어려운 온라인에서 이런 문제가 지속 발생하기 때문에 신고센터 마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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