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한미 양국이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하며 한국 조선업계가 국내 조선소에서 기존 미국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군수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했다.
| |
 |
|
| ▲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사진=해군 제공 |
이번 조치는 단순 기술 이전을 넘어 한국 조선사의 ‘직접 건조 참여’를 허용한 것으로 특히 보안과 기술 민감성이 큰 군함·해군 플랫폼을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이번 팩트시트에 따르면 양국은 ‘조선산업 실무그룹’을 통해 정비·훈련·조선소 현대화·공급망 회복을 추진하고, 한국 내 민수·군수 조선 확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SSN) 건조 계획까지 승인하며 연료 공급, 기술 협력 등 세부 논의를 병행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조선업이 기존 고부가 상선 중심 구조를 넘어 첨단 군수 플랫폼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제도적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군함·해군 플랫폼을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는 ‘현지(한국 내) 참여권’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상선의 경우 이미 대부분 한국에서 건조되고 있어 시장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지만 해군 함정은 보안·정책적 이유로 미국이 해외 건조를 거의 허용하지 않던 분야였다.
한국 조선소가 이 영역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단순 하청이나 부품 제공이 아니라 완성선 체계 구축 및 첨단 기술 축적이 가능해진다. 업계에서 이번 발표의 의미가 예상보다 크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국 내 건조는 미국 현지 대비 인건비·자재비 경쟁력이 높아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동일 규모 함정을 건조할 경우 미국 대비 총비용이 유의미하게 낮게 책정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점은 한화오션, HD현대,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뿐 아니라 미국 측에도 비용 효율 관점의 이점으로 작용해 협력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변화가 단기 실적에 바로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군수 프로젝트는 계약 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핵잠 등 첨단 플랫폼은 수십 년 단위 장기 사업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착수 시점이 당장 오지 않아도 한국이 더 이상 ‘군수 조선 비참여국이 아니라는 점 자체가 국가 산업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상선 발주가 둔화되는 국면에서 군수·방산 조선의 비중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중장기 실적 구조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한편 중국과의 경쟁 구도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상선 분야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지만, 핵잠·해군 함정·고난도 군수 플랫폼은 기술적·보안적 이유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이 미국 군수 분야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한국 조선업의 ‘중국과의 직접 경쟁지대’를 줄이고 ‘고부가·군수 중심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중국이 이를 전략적 견제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어 공급망·소재 협력 등 일부 분야에서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군수 프로젝트는 정치·안보 변수가 크고 기술 이전 범위도 제한적이긴 하나 조선 기술의 ‘완전 이전’이 아닌 ‘공동·제한적 협력’ 형태로도 한국 조선사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