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직전 5년(2021~2025년) 투자액 89조1000억 원보다 40% 이상 늘어난 금액으로, 연평균 25조 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1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AI·로봇 산업 육성, 그린 에너지 생태계 구축, 글로벌 모빌리티 허브 위상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룹의 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 |
 |
|
| ▲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 AI 데이터센터·로봇 공장 등 미래 신사업 생태계 육성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에서 AI·로봇·수소 분야를 핵심 축으로 삼았다. 신사업 분야에선 AI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고전력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해 자율주행차, 로봇 등에서 생성되는 페타바이트급 데이터를 처리한다.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 센터'도 설립해 로봇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산업현장 투입 전 신뢰성을 최종 확인한다.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한다. 자체 로봇 제품 생산은 물론 중소기업 제품 위탁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 동시에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로봇 부품 분야 진출도 적극 지원해 핵심 부품 국산화와 고부가가치 수출을 유도한다.
수소 산업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그룹은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GW 규모 PEM 수전해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와 충전 인프라를 조성해 수소 생산·공급 체계 전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PEM 수전해기와 연료전지 부품 생산기지도 구축해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키운다.
지역 생산거점 고도화도 병행된다. 울산·창원·전주·광주 등 주요 제조거점에 신차 투입을 위한 생산라인 업그레이드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울산 EV 전용공장(2026년 완공 예정)과 울산 수소연료전지 공장(2027년 가동 목표) 등 신규 제조시설도 추진된다. 기아의 화성 PBV 전용 공장, 현대제철의 당진 LNG 자가발전소 등 그룹사 단위 투자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 전동화 경쟁력 강화·R&D 확대…신사업 기반 강화에 50조원 투입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 동안 신사업·R&D·경상 분야에 총 125조2000억 원을 단계적으로 배분한다. 신사업 분야에는 50조5000억 원이 투입되며, 전동화·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전환 속도를 더욱 높이는 데 집중된다. 특히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SDV 플랫폼 개발, 장거리 주행 기반 파워트레인 확대 등으로 차세대 모빌리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아트리아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42dot과 모셔널과의 협력을 통해 엔드 투 엔드 방식의 자율주행 알고리즘 완성도를 높이고, 기술 구현을 가속화한다. 제조 영역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AI 자율 제조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 생산 효율화와 품질 관리를 동시에 추진한다.
R&D 투자 38조5000억 원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고도화, 지역별 맞춤형 모델 개발 등 글로벌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데 쓰인다. 주요 연구는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춘 파워트레인·전동화 라인업 재편도 병행된다. 경상투자 36조2000억 원은 생산설비 현대화와 고객 서비스 인프라 확충 등에 배정된다. 이와 함께 국내 생산 기반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도 이어진다.
전기차 전용공장과 전용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국내 생산 차량의 수출 비중 확대도 추진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전기차 공장을 글로벌 개발·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완성차 수출을 지난해 218만 대에서 2030년 247만 대로, 전동화 차량은 69만 대에서 176만 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투자 전략은 미래 모빌리티 체제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내 산업 생태계에도 추가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 1차 협력사 관세 전액 지원…2·3차 협력사까지 지원 확대
현대차그룹은 협력사 지원도 대폭 강화한다. 우선 현대차·기아는 올해 1차 협력사가 미국 생산법인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부담한 대미 관세를 전액 보전하기로 했다. 부품 공급 과정에서 발생한 관세를 매입단가에 반영해 실질적인 비용 지원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최종 지원 규모는 연말 집계 후 확정되며, 협력사의 자금 운용과 유동성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원 대상은 직접 거래가 없는 중소 협력사까지 확장된다. 약 5000개에 이르는 2·3차 협력사들도 원자재 구매, 운영자금, 이자 부담 완화 등 공급망 안정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그룹은 부품사들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돕기 위해 해외 판로 개척, 수출 지원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또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협력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R&D 투자, 스마트공장 시스템 구축, 안전·보안 관리 체계 도입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룹은 이를 통해 중소 협력사가 전동화·수소 등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생태계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완성차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철학과 장기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특히 △경영 안정화 및 개선 △전동화시대를 대비한 사업 다각화 △해외 공장 구축 및 설비·운영자금 조달 △우수 인재 채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체계 구축 등 실질적이고 다각적인 지원책을 통해 중소협력사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