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원정 2연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다. 한 번도 이기지 못했으니 아쉬운 결과지만,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점도 분명 있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5일과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K-베이스볼 시리즈 2연전을 치렀다. 

   
▲ 도쿄돔에서 일본과 2연전을 치른 한국 야구대표팀이 1무 1패의 성적을 냈다. /사진=KBO 공식 SNS


1차전에서는 한국이 4-11로 역전 대패를 당해 한일전 10연패(일본대표팀 프로 선수 출전 대회)에 빠졌다. 2차전에서는 5-7로 끌려가던 경기를 8회말 안현민(KT 위즈)의 추격 솔로포, 9회말 2사 후 김주원(NC 다이노스)의 극적인 동점 솔로포가 터져 7-7 무승부를 거뒀다. 이기지는 못했지만 일단 한일전 10연패 사슬은 끊었다.

한국 대표팀은 약 4개월 후인 내년 3월 도쿄돔에서 다시 경기를 치른다.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가 내년 3월 5일부터 9일까지 도쿄돔에서 개최된다. 한국은 체코, 일본, 대만, 호주와 잇따라 맞붙는다.

WBC에 출격하는 한국 대표팀에서 다시 보고 싶은 것과 결코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이번 일본과 2연전을 통해 잘 드러났다. 앞으로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역들, 특히 젊은 타자들의 활약은 다시 보고 싶다. 반면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제구가 안돼 쩔쩔 매는 투수들의 볼넷 남발은 또 보고 싶지 않다.

한국 타선에서는 안현민이 돋보였다. 1차전에서 선제 투런홈런을 터뜨리더니 2차전에서 추격의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 2경기에서 모두 도쿄돔 외야 담장 너머로 타구를 날려보내 한국 야구팬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줬고, 일본 야구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1차전에서 안현민의 타격 파워에 놀란 일본 투수진은 2차전에서 볼넷을 3개나 허용하며 잔뜩 경계를 했지만 안현민의 홈런포를 피하지 못했다. 안현민은 2003년생, 22세다.

   
▲ 일본과 2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때려내며 대표팀의 신예 거포로 떠오른 안현민. /사진=KBO 공식 SNS


김주원의 2차전 9회말 2사 후 터진 동점 홈런은 너무나 극적이었다. 꼭 한 방이 필요할 때 터뜨려준 이 홈런이 베테랑도 아니고 역시 2003년생인 22세 김주원의 방망이에서 나왔다는 점도 놀라웠다.

2004년생 21세 문현빈(한화)도 2차전에서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기록하며 신예 강타자로 대표팀 신고식을 잘 치렀다.

리드오프를 맡아 2경기서 10타수 4안타로 제 몫을 해낸 신민재(LG 트윈스·29)와 1차전 홈런 포함 9타수 3안타를 때린 송성문(키움 히어로즈·29)이 대표팀의 중심이 될 중견 선수로 자리잡은 모습을 보인 것도 희망적이었다.

내년 WBC에 메이저리거 김하성(FA, 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과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도영(KIA 타이거즈) 등이 가세한다면 대표팀 타선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팀 투수진은 각성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일본과 2연전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영건 투수들을 대거 발탁해 평균 연령 22.1세의 젊은 투수진으로 구성됐다. 이들 투수진은 1차전에서 볼넷 9개(사구 2개), 2차전에서 볼넷 12개나 내주며 심각한 제구 난조를 드러냈다. 2차전에서는 밀어내기 볼넷에 의한 실점만 4점이나 됐다.

물론 변명거리는 있었다. 익숙해진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가 아닌, 심판의 판단으로 볼 판정을 하다보니 투수들이 적응에 애를 먹는 모습이 역력했다. ABS라면 충분히 스트라이크 콜을 받을 수 있는 코스도 볼 판정이 잇따르자 마운드에서 스스로 무너진 투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극복해야 할 부분이고, 일본 투수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제구력 면에서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제구력 안정과 함께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마운드 운영 능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도 과제가 됐다.

   
▲ 일본과 2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을 거의 완벽하게 막는 호투를 펼친 정우주. /사진=KBO 공식 SNS


와중에 2차전 선발을 맡아 볼넷 1개만 내주고 무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역투한 정우주(한화)의 발견 같은 뿌둣한 성과도 있었다. 정우주는 2006년생으로 이제 19세다. 2차전 중간계투로 나서 2이닝 퍼펙트 피칭을 한 박영현(KT·22)도 있다. 

이번에 비록 실망스런 피칭을 했지만 좋은 경험을 한 영건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등판하지 못한 문동주(한화)와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제 몫을 해낸다면 내년 WBC 때 마운드 전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대표팀은 내년 1월 사이판, 2월 오키나와에서 두 차례 캠프를 차리고 WBC 출전 대비를 할 예정이다. 도쿄돔에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을 더 잘 보여줄 수 있게, 다시 보기 싫은 것은 안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류지현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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