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안으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계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차·2차 상법 개정안으로 이미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는데 3차 개정안의 핵심인 자사주 소각 의무까지 포함되면서 부담이 한층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재계 내에서는 속도 조절과 소통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기업 현실과 시장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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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를 담은 3차 상법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7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2월 정기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1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오는 12월까지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기형 의원도 연내 자사주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3차 상법개정안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데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해당 법안에는 신규로 매입하는 자사주는 물론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도 소각을 의무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방어 수단 사라지고 전략적 활용도 어려워져
문제는 1차·2차 상법개정안이 이미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의사결정에 상당한 제약을 준 상황에서 3차 개정안까지 통과될 경우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위축되고 전략의 유연성도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계 내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경영권에 대한 방어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통해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활용해왔다. 자사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경영권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자사주를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면 경영권 방어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적대적인 M&A에 대응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경영전략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도 어려워진다. 자사주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으며, 임직원 보상 등에도 쓰이는데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업 전략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1차 상법개정안으로 인해 유상증자에도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자사주 매각이 막히면 기업들은 자금 조달은 더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유인이 사라져 주주환원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렵게 된다. 이는 결국 시장 내 매수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1차·2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3차 상법 개정안까지 추진되면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갈수록 제한되고 있다”며 “자사주 활용도가 떨어지면 기업들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민주당이 목표로 하는 주가 상승 목표와는 상충한다”고 말했다.
◆기업들과 소통 통해 보완책 마련해야
재계는 민주당이 1차부터 3차 상법개정까지 추진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월 1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이어 8월에 2차 상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이면서 국회를 넘었다.
아직 재계 내에서는 1차·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책 벅찬 상황에서 3차 개정안까지 이어지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3차 상법개정안에 대해 기업들의 의견 소통과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형태로 활용하기 위한 자사주 보유는 가능하지만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의 활용은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경영권 방어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보완책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로 인해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자사주 처분도 어려워졌다. 이에 소각 의무보다는 취득 목적과 사용 용도를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기업들이 사업재편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산업 지원법안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하면서 기업을 옥죄는 법안에는 속도를 내 처리하고 있다는 게 불만”이라며 “기업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여당은 기업들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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