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국가농업 AI 전환·농어촌 기본소득 등 예산 보류
국힘, "펀드 만능주의...AI 관계없는 곳에도 예산 낭비" 비판
농어촌 기본소득도 "보편적 복지 의문...정책 목표 달성이 우선"
민주 "둘 다 아주 필요한 사업...농촌 가치, 식량 안보 지키는 사업"
관세협상 관련 수출입은행에 7000억 원 '목적예비비' 편성은 합의
[미디어펜=김주혜 기자] 여야는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첫 예산을 두고 충돌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각 삼임위원회를 거쳐 올라온 예산안이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잇달아 보류되기도 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친 분야는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와 농어촌 기본소득과 관련된 예산안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향후 5년간 150조 원의 민관합동자금을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에 대해 예산 1조 원 전액 삭감을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조성 목표가 늘어난 만큼 내년도 정부 예산을 5000억 원 증액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에서 한병도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1.17./사진=연합뉴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성장펀드는 전체적으로 모든 핵심 정보가 부재한 상태"라며 "국가 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 펀드는 매우 위험하고 '깜깜이 펀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도 예산을 반드시 전액 감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조정훈 의원도 이전 정부들을 거치면서 내놓은 관제펀드 사례를 들며 "여야, 진보·보수 합쳐서 정권이 대규모 펀드를 운용해 대박 난 경우는 없다. 상장 폐지되거나 수백억 원 손실을 남기고 끝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국민성장펀드의 목표 수익률이나 이자 비용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면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우려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펀드의 구성과 필요성, 목표에 따른 실행 계획이 정부 계획에 반영돼야 한다"며 맞섰다.

노 의원은 이어 "(국민성장펀드는)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마중물 개념의 투자"라며 "정부 조성 목표가 늘어난 만큼 내년도 예산을 최소 5000억 원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국가농업 AI전환(AX) 플랫폼 등 관련 예산도 보류됐다.

민주당은 농촌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과도한 예산을 지적하며 의견이 갈렸다. 

국민의힘의 예결위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AI와 관계가 없는 것들에 AI를 붙여 놓고 부처별로 몇천억 원씩 가져가는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 의원은 "AX가 국가 농업에 AI를 적용한다는 것인데 지능형 농기계 등 비슷한 사업이 열댓 개 있어 너무 분절화됐다"며 "펀드 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에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고 소득이 낮아 AI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면 효율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아주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정부가 1703억 원을 편성한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국정 과제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을 놓고도 입장차를 보였다.

국민의힘의 조 의원은 "이미 진행 중인 시범사업이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 검토해 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같은 당 강승규 의원도 "이렇게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 돈을 뿌릴 때 농어촌을 살리긴 하는 건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재관 민주당 의원은 "농촌 가치와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한 사업"이라며 "정부 재정 분담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양당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이들 예산안은 보류됐다.

한편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국수출입은행에 7000억 원의 목적예비비를 편성하기로 합의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금액은 줄이지 않되 법률과 기금이 준비되지 않은 만큼 7000억 원을 목적예비비로 원안대로 편성하기로 양당 간사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를 위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킨 1조9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 사업은 전면 보류됐다. 

한국산업은행은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6300억 원에서 3150억 원으로, 한국무역보험기금은 5700억 원에서 4700억 원으로 이미 감액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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