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비용구조 직격타…리스료·정비비·유류비 부담 확대
장기 고환율 기조 속 공급확대 겹치며 수익성 압박 심화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고환율의 장기화 조짐이 짙어지면서 항공업계의 연말 성수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유류비 등 주요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지불하는 구조 탓에 비용이 대폭 증가한 데다, 공급 확대에 비해 수요 개선이 더딘 흐름까지 이어지며 전반적인 수익성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3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전날보다 5원 상승했다. 10일 이후 장 초반 기준 1450원을 밑돈 적이 없는 강세 흐름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12일 장중 1470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13일에는 1475.4원까지 치솟으며 올해 최고치를 새로 쓴 뒤, 14일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일시 하락했으나 다시금 1460원 선에 안착한 모습이다.

정부가 환율 안정화를 위한 개입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환율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항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구윤철 부총리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정책수단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으나,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구조적 배경이 워낙 견고해 단기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집계된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15.28원으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1394.97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항공사, '달러 결제' 비용 급증…성수기 효과도 반감

항공사들이 일제히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고환율 장기화 조짐은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항공기 리스료, 엔진 정비비, 금융비용 등 핵심 지출 항목 상당수가 달러 기반으로 책정돼 환율이 오르면 곧바로 비용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기재 대형화·장거리 중심 운영 특성상 달러 노출도가 더 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는 약 40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약 400억 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매출 4조85억 원, 영업이익 376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 39% 감소한 수준이다. 장거리 네트워크 수요는 견조하지만 고환율이 항공기 운영비 전반을 끌어올리며 성수기 수익 개선 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75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영업이익 1289억 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2.1% 감소한 1조4643억 원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는 공통적으로 환율 급등을 실적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연평균 환율 수준이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항공사 입장에서 연간 비용 계획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수준의 변수로, 내년도 실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LCC, 공급 과잉에 고환율까지 '이중 부담'

저비용항공사(LCC)는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한 구조여서 환율 충격이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기재 확대를 통해 공격적으로 공급을 늘렸지만, 수요 회복 속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탑승률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동남아 노선에서 공급 증가가 이어지며 운임 인상 여지가 제한되고, 수익성 방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주요 LCC들도 3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전방위적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제주항공은 3분기 매출 3883억 원, 영업손실 550억 원, 당기순손실 602억 원으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진에어는 영업손실 22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이익 402억 원에서 적자 전환했고, 매출은 16.5% 줄어든 3043억 원을 나타냈다.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 9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배 증가했으며, 매출 4498억 원(13.9%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손실은 1247억 원으로 전년의 57배를 기록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유류할증료나 운임을 미세하게 조정해도, 달러 기반 비용 상승분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다. 원가 상승분을 요금에 전가하기에도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거리 노선 중심의 LCC는 티켓 가격 경쟁이 치열해 고환율 상황이 지속돼도 운임에 반영하기가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신규 노선 확대에 따른 고정비 증가와 공항 슬롯 확보 경쟁까지 겹치며 4분기 실적 개선 여지는 더욱 좁아졌다. 3분기부터 이미 수익성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4분기에는 연말까지 비용 압박이 이어지면서 실적 반등 여지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겨울 성수기도 고환율·유가·금리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항공사들은 단기적으로는 운항 효율화와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환위험 관리 계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동계 선호 관광지 중심 탄력적 공급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운임경쟁에 공급이 늘어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환율과 유가 불안, 고금리 환경이 겹치면서 연말 성수기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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