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중소 조선소와의 협력 체계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도크 포화로 인한 생산 제약을 풀기 위한 전략이자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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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중공업 LNG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제공 |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조선 3사는 중소 조선사에 적극적으로 수주 물량을 위탁하며 본격적인 분업 체계 구축에 나섰다.
먼저 삼성중공업은 지난 14일 성동조선에 유조선 2척을 위탁 건조하며 사실상 ‘수주 한도(리미트)’를 해제했다.
글로벌 발주 증가로 도크가 풀부킹된 상황에서 일부 물량을 성동조선에 분배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고부가 선박을 더 많이 받을 여력을 확보하고 성동조선은 안정적 일감을 확보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성동조선의 생산 품질이 일정 수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신뢰의 표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오션도 MRO(정비·유지보수) 부문에서 지역 조선소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한 차례 외주화한 데 이어 이번 달 두 번째로 ‘윌리쉬라호’ MRO를 중소 조선소에 맡겼다.
이에 따라 삼양마린그룹 등 10개 지역 조선소 인력이 투입되며 정비 장소도 거제가 아닌 마산으로 이동한다. 이는 대형 조선소의 정비·수리 공간 부족을 해소하는 동시에 지역 조선업 생태계를 함께 살리는 실질적 분업 모델이라는 평가다. 과거 대형 조선소 중심이던 MRO 분야에서 중소 조선소가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해외 군함 정비에서도 분산 작업이 확대됐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영국 해군 호위함 ‘HMS 리치먼드’, 9월 캐나다 해군 초계함 ‘맥스 버네이스’를 거제 본공장이 아닌 부산 협력사들과 함께 용호동 해군기지에서 점검·수리를 수행했다.
대규모 도크 투입 없이 선박을 현장에서 정비하는 체계를 구축해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줄인 사례로 향후 한화오션의 글로벌 MRO 사업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HD현대중공업도 외주 협력 폭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울산 조선소가 LNG선·가스선 등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이미 포화된 상황에서 중형 상선 MRO·일부 블록 제작·군함 모듈 공정을 부산·울산·목포권 중소 조선소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조선업계 특성상 블록·모듈 단위로의 협업은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향후 외주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대형 조선사의 외주 확대는 단순한 생산 조정 차원을 넘어 경영 전략 변화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비용 절감뿐 아니라 대형 조선사 매출·수익 확대에 직접 기여한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주를 줘도 선주와의 계약 구조상 전체 매출은 대형 조선사가 가져가며 중소 조선소에 지급하는 비용은 대부분 변동비에 불과하다”며 “대형사는 고정비 부담이 줄고 도크를 고부가 선박으로 채울 수 있어 실제 이익률은 더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행보는 지역과 중소 조선사의 생태계 회복 효과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형 조선사의 물량 의존도가 높지 않아 인력 감축과 가동 중단을 반복하던 지역 조선소들이 최근 꾸준한 MRO·블록 물량을 확보하면서다.
이는 지역 내 기자재업체·용접·도장 등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주면서 조선 밸류체인 전반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업게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와의 협업은 도크 부족과 생산 병목을 해소하면서도 고부가 선박 중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한국 조선업 전체의 생산 능력을 높여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도 한층 안정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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