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이용자 이탈이 우려됐던 KT에서 오히려 가입자 수가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 확대 여부에 쏠린 가운데, 차기 CEO(최고경영자)를 향한 레이스도 본격화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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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광화문 KT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유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KT의 휴대전화 가입 회선 수는 1369만7079개로, 8월(1369만4981개) 대비 0.015% 증가했다. 회선 수로는 2098개가 늘어났다.
이는 지난 4월 유심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직후 한 달 만에 수십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한 SK텔레콤(SKT)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당시 SKT의 5월 휴대전화 가입 회선 수는 2249만9042개로, 4월(2292만4260개)보다 1.8% 감소했다. 한 달 만에 4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순감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선례로 미뤄 볼 때 당초 업계를 중심으로는 KT도 가입자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그 수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KT가 가입자 방어에 일단 성공한 배경으로 통신3사 모두 해킹에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힌 점을 꼽는다. 앞서 SKT와 KT에 이어 LG유플러스 역시 해외 보고서에서 해킹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폐지됐지만 통신3사가 마케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번호이동 수요를 사실상 끌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3분기 통신3사의 합산 마케팅비는 1조974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9060억 원) 대비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SKT의 경우 해킹 보상 차원에서 1조 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연말까지 제공하고 있어 보조금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반영됐다.
약정 해지에 따른 위약금 부담 문제도 적잖은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시점 이후 위약금 면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위약금 규모가 많게는 수십만 원에 달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고객들은 번호이동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업계의 관심은 KT의 전체 가입자 대상 위약금 면제 여부에 쏠리고 있다. 다만 KT의 위약금 면제 발표가 빠르면 12월 중순 이후 나올 것으로 보이면서 보조금 경쟁 양상은 내년 1월은 돼야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 KT 차기 CEO 레이스 과열… 폭넓은 후보군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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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섭 KT 대표./사진=연합뉴스 제공 |
이 가운데 김영섭 KT 대표가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책임지고 내년 3월 직에서 물러나면서 KT는 차기 CEO 선출을 위한 심사 단계에 들어갔다. 구현모 전 KT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KT 전·현직 임원과 AI(인공지능) 분야 전문가 등 폭넓은 후보군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사내 후보군 중에서는 이현석 커스터머부문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부문장은 아이폰 국내 첫 출시 과정에 참여했으며 최근까지 무선·단말·서비스 등 B2C 조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보직을 맡아왔다.
사외 후보자에서는 단연 KT 출신 인사들이 꼽힌다. 늘 CEO 후보군에 오르던 박윤영 전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B2B 전략에 대한 강점으로 CEO 후보 압축 단계까지 올라간 경험이 있다. 또 KT에서 과거 IT기획실장을 지낸 김태호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아울러 남규택 전 KT 부사장, 박대수 전 KT텔레캅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주형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차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김재홍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 학계·공공기관 출신 외부 후보도 다수 포함됐다. 주로 AI 전략에 강점을 지닌 전문가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T는 새 대표에게 △기업가치 제고 위한 기업 경영 경험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신뢰 확보와 협력적인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글로벌 시각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업 비전을 수립하고,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리더십 역량 △산업 환경 변화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련 산업·시장·기술에 대한 전문성 등을 제시했다.
무단 소액 결제 사태 후폭풍으로 정부 규제, 과징금, 소송 가능성 등이 이어질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신뢰 회복과 AI 등 신사업에서의 성과 등이 차기 CEO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KT 대표이사 공모는 사외이사 8명이 참여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도한다. 심사는 서류 검토와 면접을 거쳐 연내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 선임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며 임기는 오는 2029년 3월까지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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