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넓히는 시점에 비용 역풍…수출 확대 전략 제동
ODM 제조사도 동반 타격…원료·가동률 리스크 중첩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 K-뷰티 체질 개선 시험대에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K-뷰티가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고환율과 미국발 관세 부담이 겹치며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유럽·중동 등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 시기에 비용 환경이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업계에서는 “수출이 늘어도 남는 이익이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 컬리뷰티페스타 2025 행사장 전경./사진=컬리 제공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65.7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380~1400원대에서 움직였던 흐름을 고려하면 1년 만에 4% 이상 오른 수치다. 환율 고착은 원료·부자재·국제 물류·해외 광고 등 달러 기반 지출 비중이 큰 K-뷰티 업계에 곧바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글리세린·지방산·계면활성제 등 범용 원료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수입 의존도가 높고, 유화제·기능성 원료는 독일·프랑스 등 유럽 비중이 높아 원재료 단가가 환율 변동에 직접 노출된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을 비롯해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주요 ODM 기업의 원료 수입 비중이 40%를 넘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제조 단가가 즉각 상승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환율 10원 변동에도 원가가 민감하게 출렁인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이 15% 상호관세를 유지하면서 수출 확대 전략과 비용 부담이 충돌하는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주요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관세·마케팅·물류 부담이 동시에 늘면서, K-뷰티의 핵심 경쟁력인 ‘가격 대비 품질’ 이미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후발 브랜드의 부담은 더욱 크다. 원가 압박이 커졌지만 소비자가에 가격을 전가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서다. 현지 시장에서 가격을 올릴 경우 로컬 브랜드와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버티는 상황이다.

제조사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원재료 수입 단가가 올라가면 생산비가 늘어나는 데다, 브랜드사 발주량이 줄면 공장 가동률까지 떨어지는 ‘이중 리스크’가 겹친다. 수출 물량이 증가해도 제조사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상황을 “내수 침체 속에서 수출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용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이중 압박 국면”이라고 진단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원가 구조는 오히려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비용 구조 조정과 공급망 재편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기술 기반 제품 개발과 현지 생산 검토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늘어도 수익이 남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면 산업 전반의 체력이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며 “환율·관세 부담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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