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성장세에도 마진 축소 우려…장기적 성장 요소로 눈길
정부,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해 지원…세액공제·비용지원 등 다양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 개발로 전면적인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양사는 차세대 항암제플랫폼인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 등 혁신 모달리티 중심으로 R&D(연구개발)을 강화하며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셀트리온, 장기 로드맵 수립…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회사 설립 '속도전'

   
▲ 인천 송도 셀트리온 전경./사진=셀트리온


1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28년까지 ADC 9개, 다중항체 신약 4개 등 총 13개의 임상시험계획서(IND)를 글로벌 주요 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올해 3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cMET 표적 ADC 신약 ‘CT-P70’에 대한 임상 1상 승인도 획득한 상태다.

ADC의 경우 2027년에는 임상 단계 10종 이상을 포함한 총 20종의 신약 파이프라인의 제품 개발을 확대한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경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후보물질 5종이 포함돼 있다. 해당 후보물질들은 FcRn(태아 Fc 수용체) 타깃 단백질 물질을 비롯해 삼중항체 플랫폼, ADC 플랫폼, 공간전사체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플랫폼 기술 특성상 항체와 케미컬 간 결합 방법, 제제 유형 등이 무궁무진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하나의 물질로부터 수십, 수백가지의 신약 물질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라이선스-인 방식을 통해 도입한 플랫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양성 및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신약 개발속도를 앞당긴다는 복안이다.

글로벌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에도 뛰어든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GLP-1을 포함한 2중-3중 작용제 이상의 4중 타깃이 동시에 작용하는 모델로 개발될 예정이다. 동시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투자도 감행한다. 셀트리온은 이미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허가를 확보한 11개 제품을 포함해 2038년까지 총 41개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신약개발을 위한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1월 ‘에피스넥스랩’을 신설했다.

에피스넥스랩은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 자회사로 이중항체 기반 ADC 플랫폼 기술을 비롯해 펩타이드와 AI(인공지능) 기반 신약 설계 등을 중심으로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을 개발한다. 업계는 에피스넥스랩의 설립이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에피스넥스랩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개발 혹은 기술이전 등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해 해외 시장 진출도 겨냥하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3년 말 인투셀과 공동 연구 계약을 맺고 ADC 신약 후보물질 5종의 개발을 진행 중이다. 조만간 임상시험계획(IND)도 제출해 신약 임상에 첫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 바이오기업 프론트라인과 후보물질 2종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등 프론트라인의 페이로드 기술 일부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도 확보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10여 종 추가 개발뿐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 10종, 전임상 3종, 임상 1종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마진 축소 우려, 혁신 신약이 답…정부도 체계적 지원 준비

양사의 이 같은 행보는 성장세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다른 수익성을 고려한 것이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32년 약 98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격 경쟁 심화와 마진 축소 우려가 강해지면서 수익성이 높은 혁신 신약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졌다. 신약은 투자 비용과 기간이 크지만 특허권 보호에 따른 안정적 매출과 높은 약가를 기대할 수 있어 장기적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정부도 이러한 산업 생태계 변화에 발맞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과 신약개발 지원 정책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신약 개발 유도를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혁신형 제약기업을 인증받으면 R&D 투자 세액공제, 임상 비용 지원, 규제 특례, 연구비 보조금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외에도 혁신신약 전용 펀드 확대, 글로벌 허가 지원 강화, 인력양성 프로그램 확대 등이 추진되는 중이며 임상 승인 기간 단축과 데이터 허브 연계, 약가 등재 간소화 등 규제 완화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민간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높은 불확실성과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실질적이고 신속한 지원책과 시장 접근성이 필수적”이라며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가능한 위치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투자 메리트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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