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 수출 올 들어 11.6% 감소…중국 공급 과잉이 원인
스페셜티 전환으로 중국과 차별화…설비 통폐합 움직임도 확산
롯데케미칼·HD현대 시작으로 구조조정 본격화 전망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판매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자급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중국으로의 판매도 감소한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산 물량이 늘어나며 국내 업체들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중국이 대량으로 생산하는 범용재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전환에 나서고 있으며, 설비 통폐합 등 구조조정도 추진하면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올해 3분기까지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은 358억4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했다. 사진은 여수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석유화학제품의 누적 수출액은 358억4400만 달러(약 52조48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05억5600만 달러(약 59조3900억 원)보다 11.6%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에는 31억1100만 달러(약 4조5500억 원)를 수출해 전년 동기 39억8600만 달러(약 5조8300억 원) 대비 22%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로는 중국의 공급 과잉이 꼽힌다. 중국은 2020년대 들어 석유화학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기 시작했고, 현재는 자급률이 사실상 100%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석유화학 제품을 자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 내에서도 경기 침체 영향이 나타나면서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에 빠졌고, 남는 물량은 저가로 해외 시장에 판매하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가격·물량 모두에서 격화되며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중국의 공급 과잉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값싸게 공급받아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으며, 저원가 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현재 톤당 150달러로 알려졌다. 이는 손익분기점인 250~300달러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저가 판매가 늘어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 가격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내 구조조정 움직임은 있으나 설비 증설이 2027년까지 예정돼 있어 공급 과잉을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티 전환·구조조정으로 중국발 공급 과잉에 대응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의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스페셜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범용재의 경우 중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더 이상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스페셜티 제품은 차별화가 가능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내 대표적인 스페셜티 제품인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의 경우 업황 부진 속에서도 수출이 늘어나며 선전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부문에서 올해 3분기 누적 수출 1조713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조6391억 원보다 4.6% 증가했다. 다른 석유화학업체들이 석유화학 부문 수출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스페셜티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 석화제품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설비 통폐합 등 구조조정 작업도 한창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재편안을 곧 확정할 예정이다. 석유화학업계 첫 구조조정 성과로 대산산업단지 내 NCC 설비를 통폐합하는 데 합의했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 NCC 설비 등을 현물 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 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우는 것이 주요 골자다. 

롯데케미칼도 이번 설비 통폐합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은 대산 NCC 구조조정과 관련해 “생산된 에틸렌을 수익성 기준으로 다운스트림(하공정) 공장들을 우선순위를 정해 가동하면 현재 손실 폭을 대폭 축소하거나 수천억 원 단위 수익성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여수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와 NCC 설비 통폐합을 논의 중에 있고,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S-OIL·대한유화가 사업 재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첫 단추를 낀 만큼 업계 전반으로 사업 재편 흐름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구조조정이 중국과의 경쟁을 피하면서 국내 업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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