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한 전 총리와 일부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에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계엄 검토·결정 과정에 대한 핵심 당사자의 첫 법정 증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당초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특검팀의 질문이 이어지자 진술을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당시 총리와 참석자들은 어떤 반응이었느냐"고 묻자 "당시 총리께서는 제 이야기를 듣고 재고를 요청하신 적이 있다"며 "좀 반대하는 취지로 다시 생각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저를 설득했고, 저는 한 전 총리를 설득하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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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사진=서울중앙지법 제공 |
재판부가 "한 전 총리가 반대라고 명확히 말했느냐"고 확인하자, 윤 전 대통령은 "반대라는 취지"라며 "반대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저한테는 반대 취지로 (읽혔다)"고 설명했다.
당시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도 "각자 부처 입장에서 계엄이 자기들 부처 업무와 관련해 도움이 안 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 반대하는 취지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각각 금융시장 영향, 우방국 대응 가능성을 질문했다고 전하며 본인이 "오래가지 않고 끝날 계엄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걱정 말라. 미국이나 일본은 안보실 통해 설명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 당시 '여론조사 꽃'과 민주당사 등에 군 병력을 투입해선 안 된다고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계엄 선포 후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꽃, 민주당사, 언론사에 병력을 보내야 할 것 같다"며 "선관위와 관련해 확인할 게 있다"고 말했고, 윤 전 대통령이 "민간기관이니까 안 된다. 군을 조금 투입하라고 했는데, 뭘 여기저기 보내느냐"고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펄쩍 뛰었다. 내가 가지 말라고 딱 잘랐고, 김 전 장관이 지시해서 결국 가지 않고 출동한 사람은 전원 올스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병력 출동과 관련해 "증인이 허가한 부분은 없고 김 전 장관이 하려고 했다는 것이냐"고 확인했고, 윤 전 대통령은 "당연하다. 저에게 재가를 구한 건데 전 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호출 배경을 묻자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외관을 갖추려고 온 인형도 아니고, 너무 의사가 반영된 질문 아니냐"고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고성·일시적 계엄'이라는 자신의 설명과 달리 총리에게 행사 참석을 부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외교 일정 부담을 언급하며 계엄 직전 11월에 페루와 브라질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G20(주요 20개국) 다자회의에 갔는데, 가서 보니 소위 포퓰리즘적 좌파 정부 정상들을 대거 초대해놨더라"라며 "좀 힘드시더라도 다음부터는 총리님에게 가라고 하고 나는 중요한 외교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해 그런 이야기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엄 당일 국무회의 후 부처 간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주장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비상계엄은 긴급 비상대권 행사이기 때문에 절차적 요건은 탄력적으로 운영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여당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과의 통화에 대해선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때문에 헌정질서, 국정이 마비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사전 보안 때문에 미리 이야기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지시한 건 없느냐"는 재판부 질문엔 "제가 지시하고 그럴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법원이 구인영장 집행을 경고하자 입장을 바꿔 이날 증인석에 섰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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