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시장에서 더는 성장과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패션 기업들이 빠르게 해외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유럽·중동·동남아·일본 등으로 진출 국가를 넓히는 모습이다.
| |
 |
|
| ▲ 한섬 타임 파리 매장 전경./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섬과 F&F 등 주요 패션 기업들은 최근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패션 시장은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48조 원대 규모에서 2024년에는 약 49조 원, 올해는 50조 원대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는 물가와 단가 상승에 따른 명목 성장에 가까워 실제 의류 소비는 되레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의류·신발 지출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고, 2025년 들어서도 의복 등 준내구재는 소매판매에서 감소세를 반복하며 전체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파이는 커지는데, 팔리는 양은 줄어드는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평가한다. 인구 감소와 온라인 할인 경쟁, 해외 브랜드 유입 증가 등이 겹치면서 국내 패션 시장은 구조적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한섬은 ‘시스템’과 ‘타임’을 앞세워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며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패션위크 참가를 통해 글로벌 바이어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섬이 최근 몇 년간 파리를 전초기지로 삼아 꾸준히 해외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고 평가한다. 다만 내수 비중이 여전히 큰 만큼 2025년 3분기 실적에서는 매출이 30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25억 원으로 59% 줄어드는 등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F&F도 내수 부진 속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F&F는 MLB와 디스커버리, 스트릿 캐주얼 등 브랜드 라인업을 중국·홍콩·동남아로 확장하며 지역별 매출 변동성을 분산시키고 있다. 2025년 3분기 매출은 4743억 원으로 5.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80억 원으로 18.2% 늘었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MLB의 정가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해외 시장에 맞게 구성하며 내수 부진을 흡수한 대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F&F 관계자는 “해외 실적이 전체 실적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준지’는 상하이 하이엔드 유통 채널에 단독 매장을 열며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디자이너 브랜드인 ‘마르디 메크르디’는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며 단기간에 의미 있는 매출을 거두고 있다.
유통·플랫폼도 해외 진출을 가속하고 있다. 무신사는 일본·중국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을 늘리고, 자체 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을 끌어올리며 국내 브랜드의 해외 유통 창구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노태그(NOTAG)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물류·인플루언서 마케팅·통관 등 해외 진출 프로세스를 패키지화해 국내 중소 브랜드의 해외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버티는 데 드는 비용보다 해외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비용이 더 낮아졌다”며 “브랜드 규모와 상관없이 업계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