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발주 감소·본사 유지 규제 부담만 증가…“보여주기식 정책” 우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지역 건설업체를 살리겠다며 공공 공사의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150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지방 건설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역 일감을 지켜주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정작 지역에 ‘지켜줄 만한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 정부가 지방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지만 업계는 발주 물량을 먼저 확보해야한다고 주장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비수도권 건설업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수도권 업체의 지방 공사 진출로 인한 수주 기회 감소를 꼽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적으로 공공 공사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금액을 상향 조정, 지역 업체의 공사 참여를 늘리기로했다. 이와 함께 공사 수주 기회가 지역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도 마련했다. 본사 소재지 인정 요건을 강화해 형식적 이전을 방지하고, 사무실 소재지 확인을 위한 사전점검제를 시행해 페이퍼 컴퍼니도 선별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번 정책의 핵심이 '지역 업체의 수주 기회 강화'지만 정작 지방에서는 근본적인 발주 자체가 줄어들어 경쟁할 공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종합전자조달 포털인 나라장터 확인 결과 부산광역시의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발주 목록은 1만48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050건 대비 작게 나왔다.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사와 용역을 발주액 19조1000억 원 역시 수도권 비중이 전체의 69%(약 13조2000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달청 역시 올해 물품·용역·공사 발주 계획을 지난해 81조 대비 3조 감소한 78조 원으로 설정했다.

정부 대책 구조적 한계 역시 문제로 꼽혔다. 본사 유지 의무 강화 같은 규제는 지역 업체 입장에서 행정·재정 부담, 운영 유연성 상실, 심사 리스크 증가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작고 자본·인력 여력이 제한된 중소업체일수록 이러한 요건 강화가 경쟁력 저하 또는 입찰 참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본사 주소지만 묶어놓고, 공사 물량은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는 그대로인데, 왜 지역에만 책임을 지우느냐”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치적 보여주기식 울타리가 아니라 물량”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방 건설업계는 회생은 규제 개편이 아니라 실질적인 발주 물량 확충에서 시작되는 만큼 발주 물량을 늘리고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경쟁력을 올려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물량이 사라진 마당에 입찰 문턱을 조정한다고 실질적 효과가 생기긴 어렵다”며 “지역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종합 공사 발주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도 전문 공사에 관련된 발주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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