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미 해군의 선박 정비(MRO) 사업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 강국인 양국이 모두 미국 해군의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 체계 아래 정비 사업 참여 자격을 확보하면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적과 정책 측면에서는 한국이 한발 앞서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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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오션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지·보수·정비(MRO)한 미 해군 7함대 소속 '윌리 쉬라호'가 정비를 마치고 지난 13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사업장을 출항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지난해 9월 입항당시 모습./사진=한화오션 제공 |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북아시아 기준 미국의 MRO를 수주한 조선사는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으로 압축됐다.
먼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 해군 보급함·지원함 정비(MRO) 분야에서 이미 실질적인 실적을 축적한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양사가 각각 최근 윌리 쉬라함(USNS Willie C. Shira)과 앨런 셰퍼드함(USNS Alan Shepard)의 MRO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미 해군으로부터 신뢰도를 검증받기도 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올해 5월 해군 원정지원함 ‘미겔 키스호’의 정비 작업을 마무리하며 미 해군 MRO 사업에서 존재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요코스카 해군기지 인근에 위치한 미쓰비시중공업 요코스카 조선소는 미 해군의 주요 운용 거점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다양한 협력 경험을 축적해온 만큼 정비 사업 수행에 적합한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주력 전투함을 다수 건조해온 조선사로도 유명하다. 1950년대 루카제급 호위함을 시작으로, 1980년대 아키즈키급, 최근의 아사히급 구축함과 스텔스 성능을 갖춘 최신형 모가미급 호위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함정 건조 경험은 해군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MRO 경쟁에서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한·일 조선사의 경쟁 구도 속에서 업계는 한국 조선사가 향후 MRO 수주전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미국의 SCM(한미안보협의회)을 통해 한국이 정비 권한을 확대하면서다.
지난 14일 미 국방부 헤그세그 장관이 발표한 제 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 협의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조선업계를 기존 군수지원함(MSC)·보급함 중심의 정비 파트너에서 한 단계 격상된 전투함 정비 참여 가능국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는 단순한 협력 약속을 넘어 미국이 한국 조선소를 핵심 군함 정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 외 조선소에 전투함 플랫폼 정비 권한을 부여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이는 사실상 조선업 파트너로서 ‘한국의 전략적 지위 상승’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중심으로 미 해군의 단발성 정비 실적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SCM 차원의 권한 확대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다.
일본이 지리적 접근성과 해상자위대 전투함 건조 경험 등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공급망 재편·동맹 심화 전략 측면에서는 아직 한국만큼의 제도적 신뢰 축적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실적(윌리 쉬라·앨런 셰퍼드함 MRO), 제도적 지위(SCM 권한 확대), 정책적 신뢰(동맹 공조 강화)라는 세 요소를 동시에 확보한 유일한 국가로 평가되며, 미 해군 MRO 수주전에서 일본보다 확실한 우위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SCM은 양국의 조선 기술이 아니라 미군이 어느 나라를 더 전략 파트너로 판단하느냐의 문제였다”며 “한국이 전투함 정비 권한을 확보한 순간 경쟁 구도는 구조적으로 한국 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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